남자레플리카 조엘 위트 “‘2분짜리 사나이’ 트럼프의 북핵 협상은 위험천만···‘하노이 회담’ 기회 재현은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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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여 년 동안 북핵 문제와 씨름해 온 동북아 안보 전문가인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돌파구로 여기며 큰 기대를 걸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위트는 “하노이 회담 같은 과거의 기회를 되살릴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큰 착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의 트럼프와 다르고, 김 위원장도 하노이 때의 김정은과 다르다는 점을 자꾸 간과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문제, 최근 미·이란 관계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댄 모든 협상에서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놓고 볼 때 “북한과의 협상에선 그 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트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미 국무부 관리로서 북·미 제네바 합의 도출 및 이행 업무를 담당했으며, 이후로도 워싱턴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에서 활동하며 2016년까지 북한 정부 관계자들과 정기적인 접촉을 이어오는 등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로 꼽힌다. 북한 전문 분석 매체인 38노스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위트는 북핵과 관련된 미국인·한국인·중국인·북한인 등 300여명의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쓴 신간 <폴아웃>에서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부터 시작한 미국의 북핵 외교가 2019년 하노이 회담의 ‘노딜’로 끝나게 된 막전막후의 상황 등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는 이제 미국의 북핵 저지 실패에 따른 파괴적 결과를 냉정하게 직시할 때라고 조언했다.
위트는 “북한은 지금 외교정책, 군사역량, 중·러와의 관계 측면에서 과거와 완전히 다른 위치에 와 있다”면서 “이제 그들은 비핵화도, 군비 통제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에) 어떤 인센티브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적 노력과 군사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접근법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외교적 해법에 대해선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위트와의 일문일답.
- 돌이켜보면 빌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지난 30여 년 동안 북한 핵 프로그램을 중단·제한할 수 있었던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당신이 보기에 그렇게 놓친 기회 중 가장 뼈 아팠던 것은 무엇인가.
“꼭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하노이 정상회담이다. 그 시점에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이미 상당히 고도화된 상태였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때만 해도 핵 협상에 매우 진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를 이루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 나는 그 회담이 최선의 기회이자 동시에 마지막 기회였다고 본다. 다시는 그런 기회를 재현할 수 없을 것이다.”
- 당신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세 지도자 모두 경제를 현대화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지만, 미국 정부는 그들의 협상 동기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유가 뭘까.
“미국은 자신의 힘과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면서 늘 원하는 대로 합의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로 인해 점점 타협에 무관심해지고 압박과 힘에 의존하게 됐다. 북한을 움직이는 동기가 무엇인지, 그 동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북한이 스스로 생각하는 국익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자신감 과잉은 미국 외교 정책의 매우 전형적인 문제로 베트남·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실패로 이어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접근 방식에서도 똑같은 패턴이 나타난다.”
- 그러고 보면 북핵 협상과 이란 핵 협상의 실패 사이에는 유사점이 많은 것 같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무산시킨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 이란핵합의(JCPOA)를 폐기한 것 사이에는 분명히 유사점이 있다. 제네바 합의에는 결함이 있었고 북한이 당시 합의를 위반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에 위반 사항들을 시정토록 하면서 합의를 계속 이끌고 가려 했던 반면, 이후 들어선 부시 행정부는 그것을 빌미로 제네바 합의 자체를 무너뜨렸다. 이란 역시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맺은 JCPOA에 결함이 있긴 했지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의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유산을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만의 합의를 원했기 때문에 그것을 폐기해 버렸다. 그 후 현재 미국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보라.”
-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 맺은 종전 양해각서(MOU)로 ‘퍼주기’ 비난을 받고 있다. 그가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퍼부었던 것과 정확히 똑같은 비난이다. 북핵 협상 때도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들이 협상을 더 어렵게 하지 않았나.
“협상가라면 이런 종류의 비판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든 간에 ‘이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트럼프 행정부에 어느 정도 동정심도 느낀다. 하지만 이건 그들 스스로 판 구덩이고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구덩이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라고 본다.”
- 북한은 이란을 보며 핵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듯하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같은 대북 강경론자들도 이제는 비핵화가 단기간에 이뤄내기 어려운 목표임을 인정하고 군비 통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북 강경론자들은 북한이 미국과 맺은 모든 핵합의는 시간을 끌기 위한 작전이었고, 북한은 애초부터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북한은 적어도 2021년까지는 협상에 진심이었다. 하노이 회담 실패와 이후 이어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 두 사건의 조합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엔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확신을 갖게 했고, 그때 마침 러시아가 두 팔 벌려 북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강경론자들은 과거 미국 정부가 비핵화에 치중한 탓에 군비 통제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지난 30여 년 동안 북한과의 모든 협상은 언제나 군비 통제에서 시작했으며 비핵화는 그다음이었다. 미사일 시험 발사 금지, 핵실험 중단 등은 모두 전형적인 군비 통제 조치였다. 이 설명을 길게 하는 이유는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비핵화 목표를 내려놓기만 하면 군비 통제 논의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북한이 군비 통제에 응하도록 미국과 한국이 줄 수 있는 유인책은 없을까.
“그들은 비핵화도, 군비 통제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에) 어떤 인센티브도 원하지 않는다. 북한이 원할 만한 것은 아마도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느끼는 미군 핵전력의 조정일 것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라거나 주한미군 감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요컨대 자신들의 위상을 강화하고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약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요구를 해 올 것이다. 이는 중국의 이해관계와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물론 종전 선언이나 제재 완화 같은 당근을 제시하면 북한은 기꺼이 받아들이겠지만, 그런 것들이 북한의 외교정책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의 대외정책은 이미 고정돼 있고 우리가 갑자기 손을 내민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과거를 되살릴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큰 착각이다. 한국 정부가 그런 희망을 품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기 위해 북한의 핵 지위를 암묵적으로라도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는가.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그러나 북한이 요구하는 건 단순히 핵 강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주기를 원하는데, 거기에는 훨씬 더 많은 정치·외교적 의미가 따라온다. 문제의 핵심은 ‘과연 그렇게 인정해주면 진지한 협상의 문이 열릴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북한이 그 양보를 꿀꺽 챙기고 오히려 더 많은 추가 요구를 해 올 가능성이다. 또 북한이 설령 협상장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내놓을 의제는 과거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북한은 지금 외교정책, 군사역량, 중·러와의 관계 측면에서 과거와 완전히 다른 위치에 와 있다.”
- 지금의 상황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비관적이 아니라 ‘현실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국이 북한을 러시아에서 멀어지게 만들만한 당근을 제공할 수 있을까. 내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 증강이나 재래식 전력 현대화를 도울 수 있겠는가. 북한 경제를 지원할 수 있겠는가. 이런 것들은 모두 지금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고 있는 것들이다. 답은 너무나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워싱턴의 여러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북·중·러에 어떻게 균열을 낼 지 논의하곤 하지만 실제 효과가 있을 만한 제안은 하나도 들어보지 못했다. 한때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러 관계가 다시 멀어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의 관계가 그 이상이라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미래 어느 시점에서 미국이 중·러와 훨씬 더 좋은 관계를 맺게 된다면 러시아나 중국이 북한을 좀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 그런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 그렇다면 무엇을 현실 가능한 목표로 삼아야 할까.
“대부분 사람이 말하는 현실적인 목표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긴장 완화를 모색하자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북한이 무엇을 받아들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보통 긴장 완화는 군사훈련 사전 통보, 미사일 발사 사전 통보, 군사력 정보 교환 등을 말하지만 북한이 과연 이런 것들에 동의할까? 그럴 것 같지 않다. 물론 정부가 어떤 제안을 내놓을 때는 그 제안이 실제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기대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일 때도 많다. 국내 정치적 이유일 수도 있고 동맹 관리 차원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항상 현실적인 제안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한다. 다만 우리가 지금 무엇이 현실적인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다. (빌 클린턴 정부 당시) 윌리엄 페리 전 대북정책 조정관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북한 정권을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상대해야 한다.”
-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남에 대한 희망을 여러 차례 피력했는데.
“트럼프 1기 때의 북·미 정상회담은 정책적으로 옳은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접근 자체는 맞았지만, 트럼프 본인의 문제와 주변 참모들 때문에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그때 협상에 매우 진지했다. 하노이 회담 전 1주일 동안 미국과 북한은 수교 수립, 인적 교류, 평화협정 협상 개시 등 수십 년간 논의해온 모든 쟁점을 포괄적으로 담은 10쪽 분량의 정상회담 공동성명문에 사실상 합의한 상태였다. 합의되지 못한 것은 핵과 제재, 딱 두 가지였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조기에 걸어 나와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그리고 지금의 트럼프는 1기 때의 트럼프와도 다르다. 나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 점을 자꾸 간과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 당신은 트럼프를 ‘2분짜리 남자’라고 표현했다. 주의 집중 시간이 그만큼 짧다는 것인데 트럼프식 협상의 한계가 가져올 최악의 결과는 뭘까.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일관성이 없고 즉흥적이다. 그가 손댄 모든 협상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자지구 평화협상, 최근 이란과의 협상까지, 제대로 된 것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 지속될 수 없고, 효과적이지도 않은 합의를 만들어 놓고는, 그 합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아니 그 이상일 수 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단둘이 방에 들어가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한·미 동맹에 결코 호의적인 인식을 가져본 적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훈련을 좋아할 리 없다. 그는 한·미 동맹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는, 해서는 안 될 거래를 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안보라인 역시 그를 말릴 사람들이 아니다.”
-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지금 시점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실질적 역할은 거의 없다고 본다. 다만 현재 한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접근법이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나마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관계 개선을 제안하고 이를 위한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제시하는 전향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외교적 차원에서는 그것이 옳다. 대외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전쟁을 원하는 것보다는 평화를 원한다는 인상을 주는 위치에 서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그러한 외교적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와 동시에 우리는 한반도의 군사적 태세 강화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새로운 무기 기술을 전력에 통합하고 만반의 사태에 대비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옳은 방향이라고 보는가.
“공격용 핵잠은 자국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가 작전을 수행해야 할 때 유용하다. 한국의 경우라면, 태평양 깊숙한 곳까지 나가는 상황이 거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 바다에서 한국 잠수함이 무엇을 찾게 될까. 중국 잠수함들이 거기까지 나와 있을까. 북한 잠수함들이 나와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래서 군사적 우선순위에서 보자면 핵잠은 한국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할 무기 체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에서 한반도 비핵화 언급이 실종됐다.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위해 여전히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
“중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미국이 알아서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보고 있을 것이다. 알다시피 지금 미·중 관계는 썩 좋지 않다. 북한의 핵 보유가 미국의 전략을 복잡하게 만든다면 많은 중국인에게 그것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일로 비칠 것이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한 말들이 다소 우려스럽게 들릴 수 있다는 걸 잘 안다. 특히 여전히 많은 사람이 ‘과거를 다시 재현할 수 있다’고 믿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간 이 문제와 씨름하며 살았고 또 그에 관해 책을 쓴 사람으로서, 그리고 여전히 이 사안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은 북한을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20일 전국 곳곳에서 많은 비와 강한 바람으로 나무가 쓰러지고 시설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날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분쯤 강서구 신호동의 한 아파트 앞 나무가 넘어져 도로 통행에 차질을 빚는 등 모두 8건의 수목 전도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5시 24분 남구 용호동에서는 강풍에 날아간 물탱크가 SUV 차량에 떨어져 유리를 깨뜨렸고, 사상구 감전동에서는 가게 간판이 떨어졌다.
기장군의 한 공장에서는 침수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배수펌프를 설치했다.
부산 전역에는 이날 오전 4시를 기해 강풍주의보가 발효됐으며, 남구와 중구에서는 순간 풍속이 초속 26m를 넘었다. 누적 강수량은 오전 9시 기준 기장 81㎜, 해운대구 65.5㎜ 등 해안 지역에 많았다.
울산에서도 이날 오전 6시 50분쯤 남구 용연동 도로에 가로수가 반쯤 넘어졌다는 신고가, 오전 7시 47분에는 남구 용잠동에서도 나무가 쓰러져 도로를 막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동구 남목교차로와 중구 학성삼거리에서는 교통신호기가 고장 나 교통경찰관이 수신호로 차량을 통행시켰다.
울산에는 오전 4시부터 강풍주의보가 발효됐으며, 기상청 자동관측자료(AWS)상 동구 이덕서의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23.5m를 기록했다. 밤사이 50㎜가 넘는 비가 내렸다.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에서도 강풍으로 방풍림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비슷한 시각 서귀포시 남원읍에서도 나무가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안전조치를 했다.
충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에서는 밤새 나무 전도·교통사고·고립 등 9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0시 17분께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의 한 터널에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를 시작으로 예산·당진·금산 등에서 모두 7건의 나무 전도 신고가 잇따랐다.
오전 6시 6분쯤 충남 아산시 실옥동 곡교천에서는 “낚시 도중 강물이 불어나 갇혔다”는 119 신고가 접수돼 낚시꾼이 구조됐다. 대전 동구 삼괴동에서는 주행 중이던 택시가 전복돼 운전자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전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 5시 30분까지 누적 강수량은 정안(공주) 79.0㎜, 청양 67.5㎜, 서산 66.6㎜ 등을 기록했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8시 30분을 기해 강원·경북 지역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발령했다고 밝혔다. 21일 오전까지 강원 산지와 동해안에 50∼120㎜(북부 산지 200㎜ 이상), 강원 내륙 30∼8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된 데 따른 조치다. 울릉도·독도에는 호우경보가, 강릉·속초·삼척 등 동해안 평지와 산지에는 호우주의보가 유지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 주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산사태취약지역 등 위험지역에는 접근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경기장에서 일본 응원단이 욱일기를 펼쳐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욱일기는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수차례 논란과 제재 대상이 됐던 상징으로, 이번에도 아시아 축구팬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21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튀니지의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불거졌다. 경기 중계 화면과 경기장 전광판에 일본 관중석에서 욱일기가 펼쳐진 장면이 포착됐다. 이날 경기는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 개막 이후 FIFA 월드컵 역사상 1000번째 경기로 기록된 경기여서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많은 제보를 받았다”며 “월드컵 응원 도구로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시아 축구팬들에게 전쟁의 공포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의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리기 전에 FIFA에 공식 고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욱일기는 붉은 태양에서 여러 갈래의 햇살이 뻗어나가는 문양의 깃발이다. 일본에서는 에도시대부터 일부 문양으로 사용됐지만, 1870년 일본 제국 육군의 군기로 채택됐고, 1889년에는 일본 제국 해군 군기로 사용됐다. 이후 한반도 식민지배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과정에서 사용되면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본 군국주의와 침략전쟁을 상징하는 표식으로 여겨진다.
일본 정부는 현재도 욱일기가 전통적인 문양이자 자위대의 공식 깃발이라며 군국주의를 상징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과 중국 등은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스와스티카)처럼 침략 전쟁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의 사용은 피해국 국민들에게 역사적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해 왔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욱일기 논란은 10년 가까이 반복돼 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7년 AFC 챔피언스리그다. 당시 일본 프로축구 구단 가와사키 프론탈레 서포터가 경기장에 욱일기를 내걸자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이를 정치적·차별적 성격의 행위로 판단해 구단에 벌금 1만5000달러를 부과했다. 욱일기 사용이 국제 축구대회에서 공식 징계 대상으로 인정된 첫 사례 가운데 하나였다.
이후 논란은 올림픽과 월드컵으로 이어졌다. 2019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정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경기장 내 욱일기 사용 금지를 공식 요청하며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갈고리십자)와 같은 역사적 상징”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IOC는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을 근거로 개별 사안별 판단 원칙을 유지했지만, 욱일기를 둘러싼 국제적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일본 관중이 경기장 안에서 욱일기를 펼치려 하자 안전요원이 곧바로 제지했고, 2023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한일전에서도 일본 팬의 욱일기 응원이 논란이 됐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 역시 조별리그 1차전 일본 현지 거리응원에 이어 2차전에서는 경기장 안에서까지 욱일기가 등장하면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서 교수는 “국제 스포츠는 화합과 평화를 위한 무대”라며 “월드컵에서 욱일기 응원이 반복되지 않도록 FIFA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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