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모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호흡기뿐 아니라 가족 삶도 무너졌다”
이진숭
2026.08.1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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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피해자들이 지난 15년 동안 국가와 기업을 향해 호소해왔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피해자연대)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밝혔다. 전날 같은 장소에 천막 등을 설치하려다 서울시에 제지당한 피해자연대는 밤새 자리를 지킨 다음 농성장을 꾸렸다.
농성 현장에는 서영철 피해자연대 대표의 영정 사진과 슬리퍼가 올려진 휠체어가 있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호흡기 중증장애 등을 앓던 서 대표는 지난 11일 69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농성은 “장례를 치르지 말고 광화문광장에서 투쟁해달라”는 그의 유언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휠체어 양옆에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각각 보낸 조화가 놓였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론화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은 이어졌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참사로 규정하며 “국가가 피해를 온전히 배상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2월 피해자들을 만나 정부 차원에서 공식 사과했다. 국회는 지난 3월 국무총리 산하에 가습기살균제 배상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을 전부 개정했다. 개정법은 오는 10월8일 시행될 예정이다.
농성 참가자들은 이 과정에서 정부가 피해자들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김태윤 피해자연대 장례공동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가 호흡기뿐 아니라 신체 전반과 정신 건강, 가족의 삶에 미친 복합적 피해는 충분히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마련한 구제와 배상 기준은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온전한 배상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피해자연대는 이 대통령을 향해 “피해자와 유가족을 직접 만나 국가 차원의 해결 원칙과 구체적 이행 계획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과거 정부 기준에 따라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을 구제하고, 피해자들의 실제 손해를 반영하는 배상 기준을 법령에 명시하라고도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2기 특별조사위원회도 요구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2018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3년9개월여간 활동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피해자가 정당한 인정과 배상을 받고 국가가 책임을 다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며 서울시를 향해 서 대표 분향소 설치를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이 칼럼 독자 중 상당수는 주민참여예산을 알고 있을 것이다. 명칭대로 자신이 사는 지역의 예산을 그 지역 주민이 직접 짜는 것이다. 1989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처음 시작된 후 브라질의 다른 지역으로 퍼졌고, 이어서 유럽과 북미의 많은 도시로 확산됐다. 우리는 2003년 광주 북구에서 처음 도입한 후, 2011년 관련 법을 제정해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시행하게 됐다.
원하든 원치 않든 모든 시군구가 시행하다 보니, 잘되는 곳도 있고 엉망인 곳도 있다. 단체장의 의지와 담당 공무원의 열의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지만 기본 내용은 유사하다. 일정 규모(크지는 않다)의 예산을 주민참여예산 몫으로 할당하고 주민제안사업 공모를 받는다. 모인 제안사업을 두고 동·읍·면 대표로 구성된 참여예산위원들이 토의와 투표를 통해 사업을 선정한다. 산책로 조성, 통학로 안전시설, 스마트 횡단보도 등 자기 동네 여건 개선 사업이 많다.
본래 주민참여예산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취지에 따라 내가 사는 마을의 예산을 내 손으로 짜는 것, 그러니까 기초지자체 이하에서 실행하는 것을 염두에 뒀다. 그런데 2011년 관련 법을 만들면서 광역지자체도 대상이 됐고, 그에 따라 2012년부터 서울시 등 광역 단위에서도 시행했다. 이후 주민참여예산의 범위는 더욱 확대돼, 2018년부터는 중앙정부에서도 시행했다. 국가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명칭도 그에 걸맞게 국민참여예산이 됐다.
국민이 선택 사업에 10만원씩 배분
국민참여예산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은 아니다. 그보다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직접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가 결합된 재정 민주주의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민참여예산을 통해 채택된 사업으로는 미세먼지 저감 도시 숲 조성 사업, 국군 장병 패딩형 동계 점퍼 지급, 살인 피해 유가족 회복 프로그램, 모바일 전자증명 확산 사업 등이 있다. 주민참여예산이 내 지역의 여건 개선에 중점을 둔 반면에 국민참여예산은 국민 일반의 삶의 질 향상과 약자 권익 증진에 방점이 있다. 국민참여예산은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확고하게 정착됐다고 하기 어렵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국민참여예산과 관련해 흥미로운 제안이 있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이 경향신문 7월15일자 칼럼에서 제안한 ‘국민배분 투표’다. 이 연구위원은 얼마 전 한창 논란이 된 초과세수(혹은 추가세수) 활용 방안으로서 이를 제안했다. 초과세수 규모가 100조원이 된다고 하는데, 그중 일부를 국민이 직접 선택한 사업에 배정하자는 것이다. 방법은 대략 이렇다. 예산 투표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고 14세 이상 전 국민에게 자신이 원하는 국가재정사업에 10만원씩 배분할 수 있게 한다. 14세 이상 인구가 대략 4700만명이니 예산 규모는 4조7000억원이 된다. 각자가 배정받은 10만원을 원하는 사업에 배분하면, 정부와 국회는 그 결과대로 해당 사업에 예산을 배정한다는 것이다.
정말 신박한 아이디어 아닌가. 그야말로 국민참여예산 취지에 딱 들어맞는다. 그래서 오랫동안 예산감시와 참여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구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 연구위원이 제안한 ‘국민배분 투표’ 사이트( 만들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름과 메일주소를 기입한 후, 10만원을 원하는 사업에 배분하면 된다. 나도 사이트에 들어가서 해봤다. 생각보다는 어려웠다. 정부 예산사업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은 분야-부문-프로그램-단위사업-세부사업의 위계 구조로 이뤄져 있다. 특정 예산사업은 세부사업을 지칭한다. 그런데 세부사업은 8000개가 넘는다. 이를 모두 제시하고 이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이 사이트에는 프로그램까지만 제시돼 있다. 프로그램도 600개가 넘으니 적지 않다. 게다가 프로그램 이름만 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보완책으로 10만원 중 1만원은 주관식으로 내가 원하는 특정 사업명을 기재하고 재원을 할당할 수 있어 유용했다(현재 없는 새로운 사업을 제안해도 된다). 아직 보완할 데가 여기저기 보이지만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모의투표 참여해 실제로 구현되길
이 실험을 진행하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예전에도 국가 예산의 일부를 국민 참여로 편성하자는 제안을 했었다. 이름하여 ‘세상을 바꾸는 1% 지렛대 예산’으로 2014년 말에 한겨레21과 공동기획으로 수행했다.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는 데 긴요한 재정사업이지만, 없거나 부족했던 것들을 시민 추천으로 발굴했다. 그때 선정된 사업에는 자살 예방,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지원, 청소년 회복센터 지원, 이주노동자 권익 보호 사업 등이 있었다. 물론 일종의 캠페인이었고, 실제로 정부 예산의 1%가 이 사업들에 배정된 것은 아니다(참고로 2015년 정부 예산이 375조원이니 1%면 3조7500억원이다). 하지만 여론을 환기한 덕에 나중에 제안 사업의 다수가 실제 예산에 반영됐다.
지금 진행 중인 초과세수 국민배분 투표 역시 일종의 실험일 뿐이며, 실제로 예산이 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실험에 참여한다면, 그 결과는 실제 초과세수로 확보한 예산 배정에 제법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국민배분 투표의 장점으로서 정책 토론의 장이 열리고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진다는 것을 들었다. 완전히 동의한다. 시민들은 각종 모임에서 어떤 사업을 선택할지를 토의하게 되고, 정부 부처와 이해관계집단은 자기들 사업의 필요성을 두고 국민을 설득할 것이다. 국민은 다양한 정부 사업에 관심을 둘 것이고,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일단, 이 모의실험에 동참하자. 그래서 이 실험이 유의미한 반향을 일으키게 하자. 그러면 진짜 국민배분 투표도 가능하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측은 1만명 이상 참여가 목표라고 한다. 구글 등 검색창에서 ‘10만원 예산 투표’라고만 쳐도 사이트가 뜬다고 하니, 당장 들어가 보자.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피해자연대)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밝혔다. 전날 같은 장소에 천막 등을 설치하려다 서울시에 제지당한 피해자연대는 밤새 자리를 지킨 다음 농성장을 꾸렸다.
농성 현장에는 서영철 피해자연대 대표의 영정 사진과 슬리퍼가 올려진 휠체어가 있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호흡기 중증장애 등을 앓던 서 대표는 지난 11일 69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농성은 “장례를 치르지 말고 광화문광장에서 투쟁해달라”는 그의 유언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휠체어 양옆에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각각 보낸 조화가 놓였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론화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은 이어졌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참사로 규정하며 “국가가 피해를 온전히 배상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2월 피해자들을 만나 정부 차원에서 공식 사과했다. 국회는 지난 3월 국무총리 산하에 가습기살균제 배상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을 전부 개정했다. 개정법은 오는 10월8일 시행될 예정이다.
농성 참가자들은 이 과정에서 정부가 피해자들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김태윤 피해자연대 장례공동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가 호흡기뿐 아니라 신체 전반과 정신 건강, 가족의 삶에 미친 복합적 피해는 충분히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마련한 구제와 배상 기준은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온전한 배상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피해자연대는 이 대통령을 향해 “피해자와 유가족을 직접 만나 국가 차원의 해결 원칙과 구체적 이행 계획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과거 정부 기준에 따라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을 구제하고, 피해자들의 실제 손해를 반영하는 배상 기준을 법령에 명시하라고도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2기 특별조사위원회도 요구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2018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3년9개월여간 활동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피해자가 정당한 인정과 배상을 받고 국가가 책임을 다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며 서울시를 향해 서 대표 분향소 설치를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이 칼럼 독자 중 상당수는 주민참여예산을 알고 있을 것이다. 명칭대로 자신이 사는 지역의 예산을 그 지역 주민이 직접 짜는 것이다. 1989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처음 시작된 후 브라질의 다른 지역으로 퍼졌고, 이어서 유럽과 북미의 많은 도시로 확산됐다. 우리는 2003년 광주 북구에서 처음 도입한 후, 2011년 관련 법을 제정해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시행하게 됐다.
원하든 원치 않든 모든 시군구가 시행하다 보니, 잘되는 곳도 있고 엉망인 곳도 있다. 단체장의 의지와 담당 공무원의 열의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지만 기본 내용은 유사하다. 일정 규모(크지는 않다)의 예산을 주민참여예산 몫으로 할당하고 주민제안사업 공모를 받는다. 모인 제안사업을 두고 동·읍·면 대표로 구성된 참여예산위원들이 토의와 투표를 통해 사업을 선정한다. 산책로 조성, 통학로 안전시설, 스마트 횡단보도 등 자기 동네 여건 개선 사업이 많다.
본래 주민참여예산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취지에 따라 내가 사는 마을의 예산을 내 손으로 짜는 것, 그러니까 기초지자체 이하에서 실행하는 것을 염두에 뒀다. 그런데 2011년 관련 법을 만들면서 광역지자체도 대상이 됐고, 그에 따라 2012년부터 서울시 등 광역 단위에서도 시행했다. 이후 주민참여예산의 범위는 더욱 확대돼, 2018년부터는 중앙정부에서도 시행했다. 국가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명칭도 그에 걸맞게 국민참여예산이 됐다.
국민이 선택 사업에 10만원씩 배분
국민참여예산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은 아니다. 그보다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직접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가 결합된 재정 민주주의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민참여예산을 통해 채택된 사업으로는 미세먼지 저감 도시 숲 조성 사업, 국군 장병 패딩형 동계 점퍼 지급, 살인 피해 유가족 회복 프로그램, 모바일 전자증명 확산 사업 등이 있다. 주민참여예산이 내 지역의 여건 개선에 중점을 둔 반면에 국민참여예산은 국민 일반의 삶의 질 향상과 약자 권익 증진에 방점이 있다. 국민참여예산은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확고하게 정착됐다고 하기 어렵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국민참여예산과 관련해 흥미로운 제안이 있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이 경향신문 7월15일자 칼럼에서 제안한 ‘국민배분 투표’다. 이 연구위원은 얼마 전 한창 논란이 된 초과세수(혹은 추가세수) 활용 방안으로서 이를 제안했다. 초과세수 규모가 100조원이 된다고 하는데, 그중 일부를 국민이 직접 선택한 사업에 배정하자는 것이다. 방법은 대략 이렇다. 예산 투표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고 14세 이상 전 국민에게 자신이 원하는 국가재정사업에 10만원씩 배분할 수 있게 한다. 14세 이상 인구가 대략 4700만명이니 예산 규모는 4조7000억원이 된다. 각자가 배정받은 10만원을 원하는 사업에 배분하면, 정부와 국회는 그 결과대로 해당 사업에 예산을 배정한다는 것이다.
정말 신박한 아이디어 아닌가. 그야말로 국민참여예산 취지에 딱 들어맞는다. 그래서 오랫동안 예산감시와 참여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구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 연구위원이 제안한 ‘국민배분 투표’ 사이트( 만들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름과 메일주소를 기입한 후, 10만원을 원하는 사업에 배분하면 된다. 나도 사이트에 들어가서 해봤다. 생각보다는 어려웠다. 정부 예산사업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은 분야-부문-프로그램-단위사업-세부사업의 위계 구조로 이뤄져 있다. 특정 예산사업은 세부사업을 지칭한다. 그런데 세부사업은 8000개가 넘는다. 이를 모두 제시하고 이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이 사이트에는 프로그램까지만 제시돼 있다. 프로그램도 600개가 넘으니 적지 않다. 게다가 프로그램 이름만 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보완책으로 10만원 중 1만원은 주관식으로 내가 원하는 특정 사업명을 기재하고 재원을 할당할 수 있어 유용했다(현재 없는 새로운 사업을 제안해도 된다). 아직 보완할 데가 여기저기 보이지만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모의투표 참여해 실제로 구현되길
이 실험을 진행하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예전에도 국가 예산의 일부를 국민 참여로 편성하자는 제안을 했었다. 이름하여 ‘세상을 바꾸는 1% 지렛대 예산’으로 2014년 말에 한겨레21과 공동기획으로 수행했다.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는 데 긴요한 재정사업이지만, 없거나 부족했던 것들을 시민 추천으로 발굴했다. 그때 선정된 사업에는 자살 예방,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지원, 청소년 회복센터 지원, 이주노동자 권익 보호 사업 등이 있었다. 물론 일종의 캠페인이었고, 실제로 정부 예산의 1%가 이 사업들에 배정된 것은 아니다(참고로 2015년 정부 예산이 375조원이니 1%면 3조7500억원이다). 하지만 여론을 환기한 덕에 나중에 제안 사업의 다수가 실제 예산에 반영됐다.
지금 진행 중인 초과세수 국민배분 투표 역시 일종의 실험일 뿐이며, 실제로 예산이 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실험에 참여한다면, 그 결과는 실제 초과세수로 확보한 예산 배정에 제법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국민배분 투표의 장점으로서 정책 토론의 장이 열리고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진다는 것을 들었다. 완전히 동의한다. 시민들은 각종 모임에서 어떤 사업을 선택할지를 토의하게 되고, 정부 부처와 이해관계집단은 자기들 사업의 필요성을 두고 국민을 설득할 것이다. 국민은 다양한 정부 사업에 관심을 둘 것이고,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일단, 이 모의실험에 동참하자. 그래서 이 실험이 유의미한 반향을 일으키게 하자. 그러면 진짜 국민배분 투표도 가능하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측은 1만명 이상 참여가 목표라고 한다. 구글 등 검색창에서 ‘10만원 예산 투표’라고만 쳐도 사이트가 뜬다고 하니, 당장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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