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법무법인 주호영·이진숙 대구시장 공천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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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공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이진숙·주호영 후보는 대구시장이라는 단일 직위에 머물기보다 국회, 국가 정치 전반에 더 크게 쓰이는 것이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더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은 “대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치 경력의 경쟁이 아니라 도시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의 경쟁이어야 한다”며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경제정책과 산업의 언어, 통합력으로 대구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리더십이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윤재옥 의원(4선·대구 달서을), 추 의원, 유영하 의원(초선·대구 달서갑), 최 의원, 홍석준 전 의원,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등 6명을 경선 대상으로 결정했다.
이 위원장은 “결코 특정인 배제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배제되신 분들께 더 큰 역할을 요청드리는 책임 있는 선택이자 더 큰 자리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당초 이 위원장이 대구시장 공천과 관련해 현역 중진 의원을 대거 컷오프할 방침을 시사했지만 공관위는 이날 중진 의원 중 주 의원만 컷오프 결정했다. 당내에서 중진 컷오프 방침에 대구 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진 데다 장동혁 대표도 이날 대구 지역 의원 간담회를 하며 경선 필요성에 호응하면서 이 위원장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선 주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 의원은 연합뉴스에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정 여부를 지켜보고 가처분 신청을 한 다음에, 시정되지 않으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온 이 전 위원장은 향후 대구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공석이 될 국회의원 지역구 보궐선거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위원장은 이 전 위원장과의 교감 여부에 대해 “없었다”며 “많은 검토와 배려로 그분들이 더 큰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 재배치 차원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입장문에서 “저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며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공관위는 서울시장 공천을 신청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수민 의원(초선·서울 강남을), 김충환 전 서울 강동구청장 면접을 했다. 공관위는 이르면 23일 서울시장 경선 방식 등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8시간 이내에 이란 발전소를 폭격하겠다’고 했던 위협을 거둬들이고 이란과 향후 5일간 협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가 나온 직후 국제유가는 10% 이상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이란 양국이 지난 이틀간 중동 내 적대 행위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해결과 관련해 생산적이고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는 것을 알리게 돼 기쁘다”며 “이번주 내내 계속될 심도 있고 상세하며 건설적인 대화의 성격과 분위기를 토대로, 나는 국방부에 이란 발전소 및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모든 군사 공격을 5일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란이 “48시간 이내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이란의 각종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나온 직후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11% 급락해 배럴당 96달러 선까지 내려갔다가 소폭 상승했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 선물은 2% 이상 급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에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방법을 찾아낼 5일의 시간이 주어졌다”며 “유가가 하락하고 주가지수 선물이 오르면서 트럼프 대통령 숨통을 틔워줬다”고 평했다. NYT는 5일의 시한 역시 “아마 연장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과정에서도 시한을 제시하며 엄포를 놓은 뒤 시한을 연기하거나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선례가 있다.
미국과 이란 간 대화를 누가 중재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 국영 IRIB방송은 “트럼프가 이란의 대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48시간 최후통첩에서 물러섰다”고 보도했다.
메흐르통신은 이란 외교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대화는 없었다. 트럼프의 발표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군사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시간 벌기일 뿐”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란 군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에 대해 “발전소가 공격당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한 전면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에브라임 졸파가리 이란 중앙군사본부(카탐 알안비야) 대변인은 지난 22일 IRIB방송에서 “이란 발전소를 겨냥한 미국의 위협이 실행되면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폐쇄되고 발전소가 재건될 때까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도 23일 성명을 내고 “어떤 위협에도 똑같은 수위로 대응하기로 결심했다”며 “우리의 전기를 끊어보라. 우리도 끊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매체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 10개 발전소가 이란의 보복 공격 대상으로 거론된다. UAE 아부다비에 있는 바라카 원전은 2009년 한국이 해외에서 처음 수주, 건설한 원전으로 현지에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및 국내 협력사 직원들이 체류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과 한국·일본 등 22개국은 호르무즈 재개방 계획을 수립하면서 호르무즈를 둘러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폭스뉴스·CBS 인터뷰에서 “현재 22개국 그룹이 미국과 함께 군사 인력 및 다른 인력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시기가 무르익는 즉시 이를 수행해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자유로운 항행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경향] 지난 3월 11일 경남 진주에 사는 농민 A씨는 밭일을 하다 유튜브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국회 발언 영상을 봤다.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 보고에 출석한 강 회장은 농협중앙회, 자회사, 회원조합 등을 대상으로 정부 특별감사에서 제기된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사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처음 당선됐을 땐 농민을 위해 다 해줄 것처럼 하더니, 결국 저 자리에 앉으면 똑같아지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1월 8일과 3월 9일 두 차례 발표된 특별감사 결과를 보면, 2024년 1월 단위농협 조합장들의 투표로 당선된 강 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준 조합장 등에게 제공할 답례품 등을 조달하는 데 농협재단 사업비 4억9000만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비상근인 중앙회장으로서 농협중앙회에서 연간 3억9000만원의 실비·수당을 받으면서, 상근직인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해 연 3억원이 넘는 보수를 별도로 받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해외 출장 5차례 모두 숙박비 상한을 넘겼고, 일부 출장에서는 1박에 200만원이 넘는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강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으로 한 지역조합운영위원회로부터 10돈짜리 황금열쇠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핵심 간부들의 공금 유용,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 등이 감사에서 함께 지적됐다. A씨는 “농민 덕에 먹고사는 사람이 금품 의혹에 휘말리고, 하룻밤 방값으로 200만원을 썼다니 허탈하다. 이게 농민을 위한 농협이냐”고 말했다.
정부는 1월 30일 민·관이 참여하는 ‘농협개혁추진단’을 출범시켜 선거제도 개편, 내부통제 강화, 운영 투명성 제고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농민들 사이에서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A씨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도 농업을 살리고 농협을 개혁하겠다는 얘기는 계속 나왔다”며 “이번에도 결국 흐지부지 끝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1990년 첫 민선 회장 선출 이후에도 회장 관련 사법 리스크가 반복됐다. 7명의 민선 회장 중 한호선(1대)과 정대근(3대)은 재임 중 구속됐다. 원철희(2대)는 재임 중 사퇴한 뒤 구속됐고, 김병원(5대)은 퇴임 후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수십년간 반복된 ‘회장 잔혹사’와 ‘개혁 잔혹사’의 고리를 이번에는 끊어낼 수 있을까.
농민들에겐 ‘애증’의 농협
농민들에게 농협은 ‘애증’의 다른 이름이다. 농민인 조합원이 단위농협(지역농협·품목농협)의 주인이고, 전국의 단위농협이 다시 농협중앙회의 주인이다. 중앙회는 그 아래에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두고, 남해화학·목우촌·농협하나로유통 같은 경제 계열사와 농협은행·NH투자증권·NH농협생명 같은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다. 농민들은 2025년 자산총액 기준 재계 9위인 이 거대한 협동조합 체계 안에서 자부심과 불신,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느낀다.
A씨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농협은 지역농협인 진주북부농협이다. 그는 해마다 영농철이 시작되기 전 이곳에서 저금리로 영농자금 1000만원을 빌린다. 한 해 농사의 종잣돈이다. A씨는 이 돈으로 진주북부농협 영농자재센터에서 비료 등 농자재를 산다. 농협에서 빌린 돈이 다시 농협 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다. 이렇게 구입하는 자재에는 중앙회 경제지주 계열사인 남해화학 제품도 포함된다. 남해화학은 과거 비료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수확철이 되면 A씨는 거둬들인 쌀을 진주북부농협과 인근 단위농협들이 공동 운영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출하한다. RPC는 벼를 건조·보관·도정·포장해 시장에 내놓는 핵심 유통시설이다. 하지만 RPC가 제시하는 수매가격은 대체로 농민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 그렇다고 불만만 쏟아내기도 어렵다. 조합원들 역시 경영난에 시달리는 RPC의 사정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채소·과일 주산지의 단위농협들은 개별 또는 연합 형태로 산지유통센터(APC)를 운영한다. 조합원 농민들이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농산물을 한데 모아 APC 공동선별장에서 선별·포장·출하를 맡는 구조다. 물량이 한곳에 집중되면서 APC는 가격 협상력을 확보해 대형마트나 쿠팡 같은 대형 유통처에 납품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APC의 처리 능력 한계로 참여하지 못하는 농가가 적지 않다. APC를 신뢰하지 못해 여전히 개별 선별·포장·출하를 고수하는 농민도 많다.
농민들은 농협 주유소에서 농기계와 차량에 넣을 기름을 사고,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본다. 전국의 단위농협 가운데는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농민의 삶에서 농협과 무관한 장면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농협의 방만 경영이나 비리 문제는 단순한 조직 내 부패를 넘어 농촌 경제 전반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뜨거운 감자’ 조합원 직선제
농협개혁추진단이 한 달 남짓 논의한 끝에 지난 3월 11일 공개한 ‘농협개혁 추진방안’에는 크게 세 가지 개혁 과제가 담겼다. 우선 범농협 차원의 통합감사기구인 ‘(가칭)농협감사위원회’ 신설이다. 그동안 단위조합을 감시하는 조합감사위원장 임명권이 중앙회장에게 있어, 단위조합들이 중앙회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신설되는 농협감사위원회를 중앙회와 분리된 별도 특수법인으로 만들어 중앙회, 조합, 지주 등을 대상으로 독립적인 감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는 중앙회장의 지주·자회사 경영 개입을 금지하고, 중앙회가 각 조합에 보내는 회원조합지원자금(무이자 자금) 배분을 투명하게 바꾸는 내용이다. 자금 계획 수립 시 재무 건전성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사전 보고를 의무화했다. 그동안 무이자 자금이 ‘깜깜이’로 배분되다 보니 중앙회장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컸고, 조합장들은 자금을 배정받기 위해 중앙회장에게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추진단의 판단이다.
마지막 핵심 쟁점은 ‘중앙회장 선거제도 개편’이다. 현재는 전국 조합장 1110여명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중앙회장을 뽑는다. 중앙회장 선출 방식은 그동안 농협 개혁의 명분 아래 수차례 바뀌었다. 민주화 이후 조합장 직선제가 도입됐고, 2009년에는 대의원 간선제로 전환됐다. 이후 2021년 농협법 개정으로 다시 조합장 직선제로 회귀했으며, 강호동 회장은 2024년 이 제도 아래에서 선출된 첫 중앙회장이다.
농협개혁추진단이 내놓은 새로운 방안은 전체 조합원이 직접 투표하는 ‘전면 직선제’와 조합별로 조합장, 이사, 감사, 대의원, 조합원 등을 포함한 선거인단을 일정 규모로 구성해 투표권을 부여하는 ‘선거인단제’다.
농협개혁추진단 위원인 하승수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02만명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직선제 안과 함께, 선거인단을 8만명 규모로 꾸려 이중 4만명을 일반 조합원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구성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며 “조합원 참여를 대폭 확대해 과거처럼 소수 인원이 선거를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핵심 취지”라고 설명했다.
발표와 동시에 선거제도 개편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10만인 서명운동과 함께, 지난 3월 16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강호동 회장 해임과 직선제 도입을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 첫날 기자와 만난 김용빈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의장은 “조합원에게 중앙회장 투표권이 주어져야 중앙회장이 조합장이 아닌 조합원을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직선제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농협중앙회의 법적 구성원, 즉 ‘주인’은 개별 조합원이 아니라 단위조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위조합들이 연합해 중앙조직을 구성한 해외 주요 농업협동조합들 역시 전면 직선제보다는 대의원 간선제 등을 채택한 사례가 많다는 점도 이런 반론에 힘을 싣는다. 농협중앙회와 중앙회장의 권한이 큰 지금의 구조에서 직선제가 도입될 경우, 자칫 성향이 다른 농민단체 간 정치적 세력 다툼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농협 개혁의 핵심은 ‘경제사업 활성화’
무엇보다 중앙회장 선거제도 개편이 농협개혁 논의의 ‘블랙홀’이 되면서 정작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대로 팔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개혁의 최종 목표가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당시 초대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농협중앙회장의 제왕적 권한은 선거 방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구조에서 나온다”며 “중앙회가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100% 소유한 거대한 사업조직이라는 점이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가 지금의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된 것은 2011년 농협법 개정과 2012년 경제지주·금융지주 출범 이후다. 당시 정부는 중앙회의 경제사업과 신용(금융)사업을 분리하는 이른바 ‘신경분리’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회가 정점에 서서 두 지주회사를 소유하는 현재의 방식과 전국농업협동조합총연합회·경제사업연합회·신용사업연합회로 인적분할하는 ‘연합회안’이 맞붙었다. 박진도 명예교수는 당시 이 연합회안을 구상해 제안한 인물이다. 연합회안에 따라 조직을 인적분할하면, 각 조직은 기능을 달리하는 완전히 독립된 법인이 된다. 연합회안은 총연합회가 교육·지도, 조사연구, 농정 대변 등 비사업적 기능을 맡고, 경제·신용사업은 각각 별도 연합회가 담당하도록 하자는 구상이었다.
“앞서 2008년 금융위기가 있었고, 금융당국은 당시 농협중앙회의 신용(금융)부문에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경제사업은 수익성이 약한데 신용사업과 한 몸처럼 붙어 있었으니,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분리가 필요했던 거죠. 정부는 금융을 안정화하고 싶었고, 중앙회는 이에 대한 통제권을 놓고 싶지 않았어요. 결국 두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연합회안이 아닌, 지주회사 방식으로 2012년에 신경분리가 이뤄진 겁니다.”
그는 “농협금융지주가 5대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점에서는 지주회사 방식이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경제사업 활성화와 지배구조의 투명성, 중앙회 본연의 기능 회복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명예교수의 설명을 종합하면,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중앙회가 몸집을 키우며 재계 9위 규모로 성장했고, 그에 비례해 중앙회장의 권한도 비대해졌다. 그 과정에서 농협의 무게중심 역시 조합원과 회원조합보다 금융 중심으로 쏠렸다. 농협이 조합원의 농산물을 제대로 팔아주는 조직이라는 본래 목표로 돌아가려면, 중앙회를 이제라도 연합회 방식으로 인적분할하고 경제사업연합회가 중앙회의 지배에서 벗어나 회원조합의 이익을 중심으로 경제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농협개혁추진단 역시 경제사업 활성화가 핵심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원승연 농협개혁추진단 공동단장도 ‘농협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농협이 생산자협동조합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2단계 개혁 방안’도 속도감 있게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도의 틀을 손보는 논의를 넘어 농협의 근본 체질을 바꾸는 개혁은 과연 가능할까. 진주 농민 A씨는 “전국의 단위농협과 조합원들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농협 조합장 선거만 봐도 조합원에게 돈을 뿌리는 이른바 ‘돈 선거’가 벌어지는 지역이 너무 많다”며 “그렇게 선출된 조합장들 가운데 중앙회장이 되기도 하고, 또 그런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을 뽑는다. 그러니 중앙회장 선거도 돈 선거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겠나. 결국 조합장들에게 선물을 돌리고 그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번 기회에 농협이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정말 한 번은 제대로 개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년들은 이미 농촌을 떠났고, 남아 있는 농민들은 다들 고령이에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어쩌면 이번 개혁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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