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아리랑’, 첫날 398만장 판매…자체 기록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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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터차트에 따르면, BTS가 3년 9개월 만에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은 발매 당일인 전날 398만 장이 판매된 것으로 파악됐다.
BTS의 발매 첫 주 판매량 최고 기록은 2020년 2월 선보인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소울 : 7’(MAP OF THE SOUL : 7)이 세운 337만 장이었다. 아리랑은 발매 당일에 이 수치를 가뿐히 뛰어넘으며 자체 최고 기록을 냈다. 이탈리아, 멕시코, 스웨덴 등 전 세계 88개국(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에도 올랐다.
타이틀곡 ‘스윔’(SWIM)은 이날 오전 9시까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90개국(지역) 아이튠즈 ‘톱 송’ 정상을 휩쓸었다. ‘스윔’은 국내 음원차트 멜론, 벅스에서도 실시간 차트 1위로 직행했으며 멜론에서는 앨범 전곡이 ‘톱 100’에 진입했다.
이번 앨범은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다. 방탄소년단의 정체성과 이들이 마주한 보편적인 감정을 다룬 앨범이다. ‘스윔’은 삶의 파도 속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헤엄쳐 나아가는 자세를 담은 곡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 ARIRANG)을 열고 신곡 무대를 처음 공개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190여개 국에 생중계된다.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 마침내 고국 땅 (3월16일)
정부가 마련한 군용 수송기를 타고 중동 지역에 고립됐던 한국인 200여명이 지난 15일 귀국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중동 지역에 발이 묶인 한국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군 수송기가 이용된 건 처음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에 쿠웨이트, 바레인, 레바논에 체류하던 한국인들도 리야드로 이동해 수송기를 이용했습니다. 수송기에 탑승한 정서은양(10)은 “집에서 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여서 너무 무서웠다”며 “공항에서 우리 비행기를 보니 신기했다”고 말했습니다.
3월16일자 1면 사진은 중동 전쟁으로 고립됐던 현지 체류 교민들이 정부가 마련한 군 수송기를 타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모습입니다. 전쟁이 3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격과 이란의 보복 공격 관련 사진들이 외신으로 들어왔지만, 월요일자 1면에는 지난 2주 동안 자주 썼던 폭파와 피해사진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교민들의 귀국 일정이 있어서 마음 편하게 1면 사진을 쓸 수 있었습니다. 트랩을 밟고 내려오는 교민들의 밝은 표정이 보여서 고른 사진입니다.
■ 케데헌 ‘오스카 2관왕’ 화룡점정 (3월17일)
K팝 아이돌과 한국 무속신앙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아카데미상(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6월 공개 후 ‘글로벌 시청 수 5억 돌파’와 ‘K팝 장르 최초 빌보드 핫100 1위’ 등 기록적인 인기를 끌고 할리우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에서 쾌거를 이뤘습니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매기 강 감독은 수상 뒤 울먹이며 “이 상은 한국과 전 세계 한국인들을 위한 것”이라며 “저와 닮은 분들이 주인공인 이런 영화가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주제가상을 받은 <케데헌> OST ‘골든’의 공동 작사·작곡가인 이재는 “어린 시절 사람들은 K팝을 좋아하는 저를 놀렸지만, 이제 모두가 우리 노래를 부르고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고 있다.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습니다.
17일자 1면 사진은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매기 강 감독과 주제가상을 받은 이재의 트로피 포즈를 붙여서 썼습니다. 중동 전쟁으로 나라 안팎의 상황이 어수선하지만,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아티스트들의 수상은 반갑고 기분 좋은 뉴스입니다. 전쟁사진을 언제 써도 어색하지 않은 이 시국에 <케데헌>의 ‘오스카 2관왕’이라는 쾌거는 일단 1면에 쓰고 볼 사진이었습니다.
■ 전쟁·파병 반대 ‘오체투지’ (3월1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 등에 주둔하는 미군 규모를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작전에 참여할 것을 동맹국들에 재차 요구했습니다. 호르무즈 재개방을 위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유가가 오르고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자 동맹국들에 참전을 강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미국이 파병 요구 수위를 연일 높이면서 대미 안보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부담이 커지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 측에 이달 말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한 달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1면 사진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이 주한 미국대사관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며 전쟁 중단과 평화를 촉구하는 장면입니다.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해달라는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고, 정부는 “신중히 검토해 판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트럼프의 재촉에도 공식적으로 호응한 나라는 없습니다. 트럼프의 파병 강요가 커질수록 국내 각계의 반대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 “매우 어리석은 실수 저지른 것” (3월19일)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관련해 대다수 동맹이 자신의 파병 요구를 거절했다면서 복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한국·일본·호주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 해군이 독자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맹국도 미국의 지원 요청을 외면하자,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한 겁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미국은 대부분의 나토 ‘동맹’으로부터 테러리스트 정권인 이란에 대한 우리의 군사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매년 수천억달러를 들여 나토를 보호하고 있지만, 그 관계는 일방통행이었다”면서 “그들은 우리가 도움이 필요한 때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분노했습니다. 덧붙여 “다행히도 우리가 이란의 군사능력을 초토화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1면 사진은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열린 아일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 중 손가락으로 취재진을 가리키는 모습입니다. 요 며칠 트럼프는 파병을 요청하고, 재차 압박하고, 뜻대로 안 되자 격노까지 했습니다. 그의 난처한 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지만, 난처하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도 마찬가집니다. 트럼프의 얼굴 사진을 1면에서 더는 안 보고 싶습니다만, 화가 난 표정으로 손가락질을 하는 그의 ‘포토제닉‘한 모습에 경쟁할 사진은 이날 없었습니다.
■ 전 세계가 기다려온 그들이 온다 (3월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컴백 공연을 하는 방탄소년단(BTS)이 “의미 있는 곳에서 인사드릴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공연 당일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교통 통제 등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고려한 듯 “이해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경찰·소방 당국에도 감사를 표했습니다. BTS 리더 RM은 팬 플랫폼에 글을 올려 “광화문에서 ‘아미’(BTS팬덤명) 여러분을 만날 생각에 저희도 정말 설렌다”며 “많은 분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모두가 안전하고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RM은 공연을 보기 위해 광화문광장을 찾는 아미를 향해 “당일 현장 스태프분들과 안전요원의 안내를 꼭 따라주시고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기대한다”며 “한 분 한 분이 만들어주는 질서와 배려가 있어야 더 멋진 공연이 완성된다”고 했습니다. 3년9개월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BTS는 컴백 공연에서 새 앨범 <아리랑> 타이틀곡 ‘스윔’ 등 신곡 무대를 최초로 선보입니다.
1면 사진은 BTS의 공연 무대가 설치된 서울 광화문광장 맞은편 건물 전광판에 상영되고 있는 홍보영상입니다. 광화문 앞은 지난해 이맘때 주말에는 전직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목소리가 가득했던 곳입니다. 같은 장소에서 세계인들의 이목이 쏠린 K팝 그룹의 공연이 펼쳐집니다. 그때 윤석열의 파면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 이 공연이 가능하지 않았을 테지요. 상상하면 아찔해집니다. BTS의 컴백을 축하합니다.
지난 8일 종영했던 tvN <언더커버 미쓰홍>의 마지막 회 제목은 ‘새천년의 우리들’이다. 1997년 국가부도 사태와 해외 투기 자본의 기업 사냥, 회사의 인원 감축 등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한민증권 회장 강필범(이덕화)이 횡령한 비자금을 토해내게 해 회사를 지켜내고 ‘미쓰홍’ 홍금보(박신혜)와 동료들은 그때 우리가 그러했듯 21세기는 더 나으리라 믿으며 1999년 12월 31일 밤 카운트다운과 함께 새천년을 맞는다. 그렇게 새천년이 시작된 지 26년 뒤의 현재 한국을 담은 tvN 후속작 제목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제목은 이렇지만 사실 드라마의 주인공 기수종(하정우)은 이미 건물주가 ‘된’ 상태다. 우연이겠지만 그의 나이 46세, 딱 뉴밀레니엄과 함께 성인이 되어 현재까지 온 셈이다. 첫 회부터 음식 배달 플랫폼의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은행 대출금 이자와 나가지 않는 공실을 걱정하는 수종이 가르쳐주는 건물주 되는 법은 간단하다. 은행 빚을 포함해 여기저기 손을 벌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영끌’해 허울 좋은 건물주 타이틀 하나를 얻고 매일 전전긍긍하는 것. 과연 ‘새천년의 우리들’에겐 26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으며 그때 품었던 꿈은 어떻게 된 걸까.
평생 직장과 안정적 노동소득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기 시작한 시대의 충격에 비판적으로 맞섰던 <언더커버 미쓰홍>이 회사에 남든 남지 않든 주요 인물들이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맞는 노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결말을 남기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여의도 해적단 멤버들이 울랄라 통닭에서 맥주를 마시며 꿈을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농담처럼 하지만 징후적으로 드라마는 2026년의 흔적을 남긴다. 공학도 이용기(장도하)는 게임회사를 창업했다며 퇴직금을 회사 부지 사는데 ‘올인’했노라 말한다. 이어지는 강노라(최지수)의 질문. “어디에 땅을 샀어요?” 판교에 땅을 샀다며 “지금은 논밭이랑 과수원만 많은 동네이긴 한데 (중략) IT 1번지로 만드는 게 제 꿈”이라는 용기의 대답에 드라마는 매서운 바람 효과음으로 어색한 분위기와 ‘저런….’ 싶은 인물들의 감정을 코믹하게 연출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판교가 현재 어떻게 발달했으며, 용기가 그 땅과 회사 건물을 잘 쥐고 있었다면 아마도 ‘새천년의 우리들’ 중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했을지도 모를 거라는 걸. 즉 이 코믹한 연출은 용기에 대한 동료들의 감정을 말하는 듯하지만 사실 그들의 합리적 추측이 틀릴 거라는 걸 악의 없이 놀려주는 것이다. 노동과 일자리의 가치에 대해 아직 희망을 품고 미래를 꿈꾸던 시절을 소환하는 <언더커버 미쓰홍>의 선한 가상 안에서도 부동산에 의한 자산소득 격차의 미래는 최대한 덜 위협적인 모습으로 하지만 차마 감출 수 없이 예고된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은 예고 이후의 본편이다. <언더커버 미쓰홍>의 인물들이 품은 새천년의 낙관이 상당 부분 좌절되었다고 해서 세상이 그때보다 나빠진 것처럼 말하는 건 과장일 것이다. 다만 노동소득과 자산소득의 벌어지는 격차 앞에서 노동에 대한 관점은 더는 과거 같을 수 없다. 드라마 인물 소개의 수종은 인사팀에서 10년 이상 근속했음에도 하급 공무원이던 아버지처럼 어리석게 월급을 모으는 게 아니라, 돈이 돈을 버는 방식으로 가족들과 잘 먹고 잘살겠다는 마음을 먹고 무리해서 건물을 매입한다. 친구인 민활성(김준한)이 바람을 넣었다곤 하지만 기종을 지배하는 것은 헛바람보다는 차라리 두려움에 가깝다. 아버지처럼 평생 꾀 없이 일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수재인 딸이 목표하는 아이비리그 유학비를 댈 수 없다는 두려움. 이것은 일하던 직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언더커버 미쓰홍>의 두려움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두려움이다. 금보의 아버지 홍춘섭(김영웅)은 치킨집 장사가 하도 안 돼서 생전 안 하던 펀드 투자를, 그나마도 주식 투자는 아니라 했다가 낭패를 경험했다면, 2026년의 평범한 상당수는 노동소득만으로는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에 주식 투자를 하는 중이다.
본인 명의 빌딩을 소유한 건물주 수종이 그럼에도 보편적 인물이 될 수 있는 건 이러한 동시대적 감정 때문이다. 만약 이 드라마가 건물주에게도 임대인의 변기를 수리해주고 매년 외벽을 칠하는 고충이 있다는 걸로 인간적 공감을 꾀하려 했다면 꽤 핍진하고 조금 안쓰러울지언정 그 이야기 방식은 기만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당장의 고생은 고생이고 그는 세정로 재개발로 시세차익을 크게 남기길 기대하느라 팔지 않고 그 고생 중이다. 중요한 건 건물주인 수종이 임대 수익이 안 나와 음식 배달 같은 플랫폼노동을 하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이 아니다. 그 둘이 서로의 원인이자 결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플랫폼노동과 같은 방식으로 노동이 파편화될수록 자본은 고용 없이 성장하며, 돈이 돈을 벌지만 더는 안정적 직업과 노동으로 가족 생계를 유지하고 노후를 대비하는 모델이 불가능해지면서 더더욱 건물주에 대한 욕망과 도태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은 커진다. 그래서 건물주가 됐지만 그래서 여전히 파편적 노동을 제공하는 역설. 건물주 아닌 동시대 시청자들이 수종에게 어느 정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건물주답지 않은 서민적 짠내 때문이 아니라, 그의 어쩌면 잘못된 선택이 개인의 선택이면서도 또한 시대의 인과적 흐름에 떠밀려간 면이 없지 않다는 경험적인 짐작 때문이다.
블랙코미디로서 수종이 뭘 잘해보려 할수록 꼬이고 더 안 좋아져서 웃긴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초반부 전개가 몰입감을 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건물을 지켜야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강박으로 다래의 유학 자금에까지 손을 대고, 아내에 대한 유괴 자작극을 벌여 돈 많은 장모로부터 몸값을 뜯어내겠다는 활성의 어처구니없는 계획에 동참했다가 경찰에 잡힐 뻔하고, 완벽 범죄를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아내 김선(임수정)에게 불륜 의심을 산다. 드라마 속 수종은 분명 매 순간 근시안적이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인물이며 손대는 것마다 망치고 있다. 하지만 또한 그의 잘못된 선택은 자산 격차 불평등의 시대가 반쯤 강제하는 욕망의 궤도에 발을 들이민 순간부터 꼬여버린 자기 스텝에 넘어지고 뒹굴고 일어서다 넘어지는 고통스러운 슬랩스틱이기도 하다. 조소하기 쉽지만 연민하지 않기도 어렵다.
해외 투기 자본이 <언더커버 미쓰홍>에서도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에서도 중요한 적으로 등장한다는 흥미로운 우연과 두 드라마의 서로 다른 접근은 그래서 비교해 볼만하다. 시대의 풍파에 휩쓸린 개인에게 무엇이 가능할 것이냐는 상상적 믿음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언더커버 미쓰홍>에서 금보는 회사 지분 확보로 한민증권을 기업 사냥꾼인 DK벤처스로부터 지키는 동시에 이후 강필범 회장과 DK벤처스의 야합으로 회사에서 잘린 신정우(고경표)를 영입해 음모를 분쇄한다. 실제 1997년 역사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희망적인 서사지만 적어도 회사의 주인은 노동하는 직원이며 외부의 적을 물리치면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는 상상적 믿음이 작동하던 시기이기에 가능한 활극이다. 리얼캐피탈과 지역 유지인 전양자(김금순)가 세정로 재개발을 놓고 대립하는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의 구도 역시 얼핏 DK벤처스와 필범의 알력과 흡사해 보인다. 하지만 금보와 달리 드라마 도입부에 건물을 뺏기고 어이없이 생매장당한 정창수(송병욱)나 수종은 명색이 건물주이면서도 리얼캐피탈의 압박에 너무나 무력하다. 금보가 능력자이고 기종이 평범한 인물인 탓도 있지만 단순히 장르적 설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노동의 가치를 우위에 두고 아군과 적이 비교적 명확했던 <언더커버 미쓰홍>의 세계와 달리, 수종 역시 리얼캐피탈이 그러하듯 부동산 투기로 한몫 잡을 생각이 우선이다. 과거엔 적의 논리였던 것이 이미 내 안에 내면화된 시대에 개인에게 저항이란 선택지는 애초에 남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능한가.
건물주를 주인공으로 삼은 설정과 초반부 빠른 전개가 인상적인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의 추후 전개가 상당히 기대되는 동시에 그만큼 불안한 건 그래서다. 적어도 이 작품은 현대의 병리적 상황을 인식하고 시대의 모순이 집약된 수종이라는 인물을 꽤 공감 가게 제시하는 것까진 성공했다. 자산의 격차가 벌어지고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비가역적인 현실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수종이 무력한 개인으로서 경험할 고난의 행군은 시대의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전망을 남길 수 있다. 그래서 공감과 연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반대로 수종에 대한 연민이 그의 도덕적 실책에 대한 책임을 남김없이 희석한다면 우리는 시대에 떠밀린 불쌍한 희생자일 수는 있어도 저항할 주체는 되지 못한다. 건물 사라고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는 조롱으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지만, 우리 모두 시대와 구조가 조종하는 인형극의 주인공일 뿐이라는 비관적 공감으로도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이 딜레마 앞에서 이 드라마는 어떤 가능성의 시나리오를 제시할 수 있을까. 수종은 몰라도, 그걸 보는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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