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팔로워 ‘장애를 가졌지만 밝은’ 따위의 명제로는 정의될 수 없는 [플랫]
이진숭
8시간 46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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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팔로워 ‘장애를 극복하시고 항상 밝은 모습 보이시니 제가 다 기분 좋네요 ㅎㅎ’ ‘뇌성마비이신데도 활기차게 살아가시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요즘 운영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채널이 꽤 잘된다. 불특정 다수에게 영상이 전해지면 꼭 이런 댓글이 달리곤 한다. 응원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서운해진 나는 얼른 ‘좋아요’를 누르고 스크린을 휙 넘긴다. ‘장애’와 ‘밝은 모습’, ‘뇌성마비’와 ‘활기’가 함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문제적이라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늘 이런 피드백을 공기처럼 마주하자면 ‘그럼 뭐 나는 매번 밝고 활기차라는 건가’하는 꼬인 마음이 고개를 든다.
얼마 전 눈길을 끄는 영상을 마주쳤다. 커다란 달력이 걸려있는 방, 연한 분홍색 내복을 입은 여성이 입을 연다. 그는 뇌병변 장애를 가진 것처럼 보이고, 언어 장애도 있다. 천천히 말을 내뱉으며 그는 눈물을 흘린다. “내 얼굴에…안 된다고 써 있나봐. … 잘하려고 했지만 안 되는 것 같애.” 계정의 이름은 ‘소영의 노력’. 바로 ‘팔로우’를 눌렀다. 다른 이유보다도 꾸밈 없이, 가장 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있는 ‘소영’의 존재가 내게 해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플랫]“나는 맨날 깨지는 유리 같지만, 다시 일어나는 유리 조각”… 소영의 노력
얼마 뒤 익숙한 이름으로 섭외 메일이 도착했다. ‘<소영의 노력> GV 섭외의 건’. 소영씨, 영화를 만드는 중이었구나, 기쁜 마음으로 섭외를 승낙하고 영화를 봤다. 주인공 소영은 무용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복지관에서 우연히 무용 무대에 선 이후, 다시금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가지고 스승 ‘희정’을 만나 무용극을 만든다. 여기까지 이야기하자면, 우리에게 익숙한 문법으로 이 뒷이야기를 예측할 수 있다. 소영은 장애 때문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특유의 활기와 긍정 마인드로 이겨낸다. 그는 끝내 뇌성마비를 ‘극복’하고 멋진 무대를 꾸민다. 영화의 절정, 소영은 아름다운 현대무용을 선보인다. 이때만큼은 소영의 장애가 보이지 않는다. 관객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물론 <소영의 노력>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기대를 배반한다. ‘노력의 결과’인 본 무대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무대 이후 평범한 셀프캠 영상이 이어진다. <소영의 노력> 포스터에는 소영이 힘차게 손을 뻗는 장면이 실려 있는데, 나는 그게 참 좋았다. 쭉 뻗은 팔에서 급격히 떨어져 꺾이는 손목, 과신전되어 이리저리 휘어진 손가락이 나를 닮았기 때문이다. 소영은 장애를 가진 몸으로 무대를 구르고 기고 움츠렸다가 뻗어낸다. 그렇다고 소영이 무결한 장애 투사인 것도 아니다. 소영은 ‘일반인’의 몸으로 무용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소영의 어머니는 “너는 안 된다”고 늘 타박하지만, 집이 추우면 소영에게 패딩을 입혀주고 “사랑해”를 연발하며 그를 껴안는다.
[플랫]‘신체 장애인’ 김만리 감독이 도망치지 않고 ‘직시한 신체’
그와 비슷하고도 다른 욕망을, 닮은 수치심을 몸에 꾹꾹 눌러 담은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아끼게 되었다. <소영의 노력>이 한 문장으로 축약될 수 없는 배반과 모순을 담고 있어서 좋다. 우리의 삶은 그런 것이니까. ‘장애를 가졌지만 밝은’ 따위의 명제로는 정의될 수 없고, 때로는 설득력 없고 빈약하고 모순적인, 그 간극으로 굴러가는 삶이니까. 엉터리이고 때로 실망시키는 삶을 사는 모두에게 이 영화가 닿기를. 일단 내게는 아주 깊이 닿았다.
▼ 김지우 작가·‘굴러라 구르님’ 대표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경기도청에서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 선언을 하며 “마른 땅에 풀 한 포기 남지 않은 것처럼 더 이상 끌어다 쓸 재원도, 위기를 미룰 여력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경 계획을 밝혔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경기도의 채무가 7조원에 달한다”며 지속적으로 재정 위기를 강조했다.
대전시 역시 최근 지난해 말 기준 지방채가 민선 8기 초기보다 5800억원 더 늘었다며 강도 높은 재정 혁신 추진 계획을 밝혔다. 총사업비 100억원 이상 사업은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민선 9기 지자체들이 전임 지자체장 시절에 쌓인 채무를 이유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지방재정통합공계시스템 ‘지방재정 365’ 공시를 살펴보면 2024년 기준 경기도의 채무는 4조9847억원, 예산대비채무비율은 11.95%다. 2026년 1분기 채무 역시 비슷하다. 추 지사가 언급한 7조원은 지방채무와 각종 기금 차입, 장래 이자를 합산한 총 상환부담 규모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같은 해 대전시의 채무는 1조3973억원, 예산대비채무비율은 17.5%다.
이 기간 서울의 채무액은 11조3375억원이다. 예산대비채무비율은 21.53%로, 경기·대전보다 훨씬 높다. 수치로만 보면 서울이 경기·대전보다 먼저 재정위기를 선언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방 채무의 성격을 제대로 모를 때 나올 수 있는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지방 채무는 통상적인 채무와 성격이 다르다. 일종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현재 담보 대신 미래 수익성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의 성격을 갖는다. ‘세입’이라는 안정적인 담보를 전제로 돈을 빌리기 때문에 일반 채무보다 낮은 이자로 사업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재정 전문가들은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발행한 채무는 오히려 지자체가 일을 열심히 한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정위기를 논할 때 단순히 ‘채무가 많아서 나쁘다, 채무가 적어서 좋다’라는 식의 접근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무에는 필요한 채무가 있고, 불필요한 채무가 있는데 이를 잘 골라내는 게 더 중요하다”며 “단순히 채무의 총액으로 접근하면 정말 나쁜 채무가 묻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재정위기관리제도’에 적정 채무 비율을 명시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예산대비채무비율이 25%이하면 적정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는 ‘양호’로 판단한다. 25% 초과~40% 미만은 재정주의, 40% 이상은 ‘재정위기’로 분류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경기와 대전의 예산대비채무비율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이 때문에 추 지사 등의 과도한 재정위기 강조엔 다른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게 아니냐는 해석도 경기도 안팎에서 나온다. 추 지사가 연일 띄우고 있는 ‘지방재정 구조개편’을 의도한 재정위기 선언이란 얘기도 있다. 반도체 등 대규모 첨단산업단지가 들어서면 각종 인프라 및 안전 부담은 경기도가 짊어지는 반면 기업의 법인세는 중앙정부가 대부분 가져가는 불합리함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추 지사의 주장이다.
문제는 경기도가 재정위기를 이유로 이미 배정해야 할 사업 예산까지 편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희 경기도의원은 최근 의회운영위원회에서 “부서에서 하고 있는 기존 사업들이 거의 반영이 안 되거나 중간에 끊기는 문제로 도민들이 걱정한다”며 “이는 행정의 안정성과 신뢰성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얼마 전 눈길을 끄는 영상을 마주쳤다. 커다란 달력이 걸려있는 방, 연한 분홍색 내복을 입은 여성이 입을 연다. 그는 뇌병변 장애를 가진 것처럼 보이고, 언어 장애도 있다. 천천히 말을 내뱉으며 그는 눈물을 흘린다. “내 얼굴에…안 된다고 써 있나봐. … 잘하려고 했지만 안 되는 것 같애.” 계정의 이름은 ‘소영의 노력’. 바로 ‘팔로우’를 눌렀다. 다른 이유보다도 꾸밈 없이, 가장 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있는 ‘소영’의 존재가 내게 해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플랫]“나는 맨날 깨지는 유리 같지만, 다시 일어나는 유리 조각”… 소영의 노력
얼마 뒤 익숙한 이름으로 섭외 메일이 도착했다. ‘<소영의 노력> GV 섭외의 건’. 소영씨, 영화를 만드는 중이었구나, 기쁜 마음으로 섭외를 승낙하고 영화를 봤다. 주인공 소영은 무용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복지관에서 우연히 무용 무대에 선 이후, 다시금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가지고 스승 ‘희정’을 만나 무용극을 만든다. 여기까지 이야기하자면, 우리에게 익숙한 문법으로 이 뒷이야기를 예측할 수 있다. 소영은 장애 때문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특유의 활기와 긍정 마인드로 이겨낸다. 그는 끝내 뇌성마비를 ‘극복’하고 멋진 무대를 꾸민다. 영화의 절정, 소영은 아름다운 현대무용을 선보인다. 이때만큼은 소영의 장애가 보이지 않는다. 관객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물론 <소영의 노력>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기대를 배반한다. ‘노력의 결과’인 본 무대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무대 이후 평범한 셀프캠 영상이 이어진다. <소영의 노력> 포스터에는 소영이 힘차게 손을 뻗는 장면이 실려 있는데, 나는 그게 참 좋았다. 쭉 뻗은 팔에서 급격히 떨어져 꺾이는 손목, 과신전되어 이리저리 휘어진 손가락이 나를 닮았기 때문이다. 소영은 장애를 가진 몸으로 무대를 구르고 기고 움츠렸다가 뻗어낸다. 그렇다고 소영이 무결한 장애 투사인 것도 아니다. 소영은 ‘일반인’의 몸으로 무용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소영의 어머니는 “너는 안 된다”고 늘 타박하지만, 집이 추우면 소영에게 패딩을 입혀주고 “사랑해”를 연발하며 그를 껴안는다.
[플랫]‘신체 장애인’ 김만리 감독이 도망치지 않고 ‘직시한 신체’
그와 비슷하고도 다른 욕망을, 닮은 수치심을 몸에 꾹꾹 눌러 담은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아끼게 되었다. <소영의 노력>이 한 문장으로 축약될 수 없는 배반과 모순을 담고 있어서 좋다. 우리의 삶은 그런 것이니까. ‘장애를 가졌지만 밝은’ 따위의 명제로는 정의될 수 없고, 때로는 설득력 없고 빈약하고 모순적인, 그 간극으로 굴러가는 삶이니까. 엉터리이고 때로 실망시키는 삶을 사는 모두에게 이 영화가 닿기를. 일단 내게는 아주 깊이 닿았다.
▼ 김지우 작가·‘굴러라 구르님’ 대표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경기도청에서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 선언을 하며 “마른 땅에 풀 한 포기 남지 않은 것처럼 더 이상 끌어다 쓸 재원도, 위기를 미룰 여력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경 계획을 밝혔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경기도의 채무가 7조원에 달한다”며 지속적으로 재정 위기를 강조했다.
대전시 역시 최근 지난해 말 기준 지방채가 민선 8기 초기보다 5800억원 더 늘었다며 강도 높은 재정 혁신 추진 계획을 밝혔다. 총사업비 100억원 이상 사업은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민선 9기 지자체들이 전임 지자체장 시절에 쌓인 채무를 이유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지방재정통합공계시스템 ‘지방재정 365’ 공시를 살펴보면 2024년 기준 경기도의 채무는 4조9847억원, 예산대비채무비율은 11.95%다. 2026년 1분기 채무 역시 비슷하다. 추 지사가 언급한 7조원은 지방채무와 각종 기금 차입, 장래 이자를 합산한 총 상환부담 규모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같은 해 대전시의 채무는 1조3973억원, 예산대비채무비율은 17.5%다.
이 기간 서울의 채무액은 11조3375억원이다. 예산대비채무비율은 21.53%로, 경기·대전보다 훨씬 높다. 수치로만 보면 서울이 경기·대전보다 먼저 재정위기를 선언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방 채무의 성격을 제대로 모를 때 나올 수 있는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지방 채무는 통상적인 채무와 성격이 다르다. 일종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현재 담보 대신 미래 수익성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의 성격을 갖는다. ‘세입’이라는 안정적인 담보를 전제로 돈을 빌리기 때문에 일반 채무보다 낮은 이자로 사업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재정 전문가들은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발행한 채무는 오히려 지자체가 일을 열심히 한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정위기를 논할 때 단순히 ‘채무가 많아서 나쁘다, 채무가 적어서 좋다’라는 식의 접근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무에는 필요한 채무가 있고, 불필요한 채무가 있는데 이를 잘 골라내는 게 더 중요하다”며 “단순히 채무의 총액으로 접근하면 정말 나쁜 채무가 묻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재정위기관리제도’에 적정 채무 비율을 명시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예산대비채무비율이 25%이하면 적정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는 ‘양호’로 판단한다. 25% 초과~40% 미만은 재정주의, 40% 이상은 ‘재정위기’로 분류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경기와 대전의 예산대비채무비율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이 때문에 추 지사 등의 과도한 재정위기 강조엔 다른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게 아니냐는 해석도 경기도 안팎에서 나온다. 추 지사가 연일 띄우고 있는 ‘지방재정 구조개편’을 의도한 재정위기 선언이란 얘기도 있다. 반도체 등 대규모 첨단산업단지가 들어서면 각종 인프라 및 안전 부담은 경기도가 짊어지는 반면 기업의 법인세는 중앙정부가 대부분 가져가는 불합리함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추 지사의 주장이다.
문제는 경기도가 재정위기를 이유로 이미 배정해야 할 사업 예산까지 편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희 경기도의원은 최근 의회운영위원회에서 “부서에서 하고 있는 기존 사업들이 거의 반영이 안 되거나 중간에 끊기는 문제로 도민들이 걱정한다”며 “이는 행정의 안정성과 신뢰성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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