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흥신소 5월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거래 나란히 줄었다···15억 이하 거래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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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거래량는 지난해 12월 이후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일(5월 9일) 이후 소폭 줄었다.
지난해 12월 거래량은 4774건으로, 4월(8590건)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5월에는 7282건으로 전월보다 다소 거래량이 줄었지만 이전 거래량에 비해서는 늘었다.
가격대별 거래량을 보면 지난달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76.4%로, 전월(76.0%)보다 0.4%포인트 늘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10.15대책으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액이 적은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최근까지도 80%를 상회했으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고가 주택 거래가 늘어나면서 4~5월 들어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지난달 아파트 거래가 가장 많았던 자치구는 노원구(760건)였으며, 구로구, 강서구가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 역시 15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높다.
전세 거래량도 소폭 감소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741건으로, 전월(8797건)보다 12.0% 줄었다. 월세 거래량도 7429건으로, 전월(8830건)보다 15.9% 감소했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2건 중 1건은 월세 거래로, 전세 우위 시장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5월 아파트 전세거래 비중은 51.0%며, 월세는 49.0%를 차지했다. 아파트 전세거래 비중은 10.15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1월 55.4%에서 12월 50.0%로 낮아진 후 계속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세 갱신계약 비중 역시 5월에는 53.6%까지 늘어, 전년 동월(43.0%)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세상의 반은 여자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실 반만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여성이 자신의 이름으로 존재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여성이 자신만의 성취를 쌓아올린다거나, 연인과의 관계에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다거나 하는 일은 서구 사회가 근대로 진입한 후에도 한참 후에나 가능해졌다. 오래도록 문명과 역사는 남성의 이름으로 기록됐다.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여성이 친밀한 관계 속으로 가려졌을까? 얼마나 많은 탁월한 여성이 남성 연인의 성취 뒤편에 남았을까? 이번 [에프워드]는 누군가의 ‘아내, 연인, 뮤즈’로 줄곧 언급되던 여성들을 그들 자신의 이름으로 조명했다. 이들에 관한 기록과 발굴, 재발견은 대부분 수십 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세상에 나왔다. 어쩌면 너무 늦은 시도일지 모른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았고 1934년에는 <세기말, 1984>라는 제목의 디스토피아적인 시를 발표했던 젊은 여성. 두 번이나 동료들을 조직해 폭력적인 상사들에게 저항했던 사람.’
아일린 오쇼네시는 친구의 파티에서 만난 에릭 블레어와 1936년 결혼했다. 이후 아일린은 남편의 글쓰기를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했고, 남편이 파시스트와 싸우기 위해 스페인으로 달려가자 자신도 몇 달 뒤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반파시스트 단체에서 일하며 병참, 영어 뉴스 제작, 우편물 관리 등의 일을 도맡아 했다. 남편을 만나기 위해 전선으로 찾아가기도 했고, 그가 총상을 입자 즉시 달려가 간호했다. 정국이 불리하게 흘러간다는 점을 포착한 뒤로는 정보와 인맥을 총동원해 스탈린의 스파이로부터 남편을 구해 영국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남편 에릭 블레어는 <동물농장>, <1984>, <카탈로니아 찬가> 등을 쓴 작가 조지 오웰이다.
인권변호사 출신 작가 애나 펀더는 조지 오웰의 전기를 주변인이 남긴 기록 등과 교차하며 읽는 과정에서 의아함을 느낀다. “아일린은 오웰의 전기 속에 존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일린이 이렇듯 오웰의 삶과 성취 곳곳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오웰이 생전 남긴 글에서 그의 이름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애나 펀더는 책 <조지 오웰 뒤에서>를 통해 오웰과 공교롭게도 모두 남성이었던 그의 전기 작가들이 ‘숨긴’ 아내 아일린을 발굴해냈다. 아일린이 절친에게 보냈던 편지 여러 통이 사후에 추가로 발견된 것도 도움이 됐다.
아일린에 관해 새로 알려진 사실로는 위에서 언급된 행적이 대표적이다. 오웰은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아일린을 이름 대신 “아내”라고만 37차례 언급할 뿐이다. 아일린이 반파시스트 단체의 본부에서 일했고, 자신을 만나러 전선까지 왔고, 여권과 허가증을 확보해 자신을 구해냈다는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펀더는 애초 스탈린 체제를 비판하는 에세이를 쓰려고 했던 오웰에게 동물이 등장하는 우화를 써보라고 권한 것이 바로 아일린이라는 설을 제기한다. 부부가 나치의 폭격이 한창이던 런던에서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애나 펀더는 “<동물농장>은 아일린의 정신적 깊이와 공감 능력이 오웰의 정치적 통찰과 만나 탄생한 걸작”이라고 평한다.
아일린 오쇼네시와 달리 밀레바 마리치는 남편과 같은 학교에서 같은 전공을 공부하며 만났다. 그의 남편은 천재, 노벨상 수상자,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과학자로 기록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밀레바 마리치와 아인슈타인은 대학 시절부터 교제를 시작해 1903년 결혼했고 두 아들을 뒀다.
주목할 지점은 밀레바 마리치가 아인슈타인과 동일한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둘은 1896년 취리히공대 물리학-수학부에 함께 입학했다. 같은 수업을 들었고, 같은 과제를 고민했고, 같은 주제로 토론했다. 이들이 학생 시절부터 주고받은 편지가 1986년 발견되면서 밀레바 마리치의 존재가 발굴되기 시작했다. 둘의 사망으로부터 약 30~40년이 지나서였다.
편지와 주변인들의 기록, 전언 등을 바탕으로 일각에서는 밀레바 마리치가 뛰어난 수학·물리학 실력을 바탕으로 아인슈타인의 연구에 공헌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은 1900년 9월 밀레바에게 편지를 써 “우리의 새로운 공동 작업을 다시 시작할 날을 고대한다”고 했고, 1901년 3월에는 “우리 둘이 함께 상대 운동에 대한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면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러울까”라고 했다.
마리치의 삶을 추적한 책 <아인슈타인의 그림자>는 아인슈타인이 생전 모임에서 “나는 아내가 있어야 해요. 아내는 날 위해 모든 수학 문제를 풀어줘요”라고 말했다는 지인들의 기억을 전했다. 아인슈타인이 취리히공대에서 교수직을 맡았을 때의 첫 강의 노트, 아인슈타인이 연구소에 보낸 답장 등이 밀레바의 필체로 쓰였다는 기록도 있다. 이밖에도 마리치의 학업 성취도와 지적 수준을 짐작케 할 수 있는 근거는 꽤 남아 있다.
아인슈타인에게 밀레바 마리치는 무엇이었을까? 공동 연구자였다고 주장하기는 분명 어렵다. 아인슈타인의 발언 또한 아내를 향한 칭찬과 존중의 의미일 뿐, 연구 기여를 뜻하진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다. 안전한 수준으로만 서술하자면, 마리치는 남편의 조력자이자 조수이자 배우자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아일린과 밀레바의 영향은 드러나지 않았을까. 이 대목에선 남성 위인을 다룬 전기라는 장르 자체의 시선이 남성적이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남성적 시선이란 여성 연인이나 아내의 역할을 정서적 뒷받침, 가사와 생계 등의 이상으로 확장해 의미를 부여하면 남성의 성취에 흠이 된다는 관점을 뜻한다. 애나 펀더는 이렇게 지적한다.
“남성 중심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떠받치는 존재가 반드시 보이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한다. 공중 줄타기에서 와이어가 보이면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보이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는 아내는 줄을 타는 그 행위를 하늘로 솟구치게 해주는 실질적인 와이어이며, 종종 지적인 와이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행위가 정말로 놀라운 일이 되기 위해서는 와이어도 아내도 지워져야 한다.”
지적 교류를 포함해 배우자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오웰과 아인슈타인은 특별히 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는데, 아일린 오쇼네시와 밀레바 마리치는 당대 여성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남성도 받기 힘든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일린이 1927년 졸업한 옥스퍼드대학은 1922년에야 여성에게 학위를 수여하기 시작했다. 아일린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심리학 석사 공부까지 했다. 세르비아 태생 밀레바는 여학생이 물리학 수업을 들으려면 특별 허가를 받아야 했던 환경에서 자랐고, 아인슈타인과 함께 입학한 동기 5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당시 아무리 고학력 남성이라 하더라도 이처럼 원고를 대신 정리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아내, 수학과 물리학에 관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아내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토록 귀했음에도 이들의 재능은 ‘시대적 전형성’ 안에 갇혔다. 아일린과 밀레바는 그 시대 여성답게 아내의 역할을 수행했고, 남편의 성공을 뒷받침했다. 그 시대 남성답게 오웰과 아인슈타인은 아내의 재능을 밀어주지 않았다. 오웰은 여러 차례 불륜을 저질렀고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사촌과 불륜 후 재혼했다. 이 역시 전형적인 서사일 것이다.
아일린과 밀레바가 불행했으리라 단언할 수는 없다. 이들은 어쨌든 남편을 사랑했고, 현대의 기준으로 과거의 삶을 짐작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건, 그들을 가린 그림자 속에 더 많은 실체가 숨겨져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 그림자는 너무도 길고 자연스럽게, 방대하게 여성들의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다.
“나에 대한 반감은 적어도 세 종류입니다. 반아시아, 반페미니즘, 반자본주의적 반감이지요. 다들 이렇게 말해요. 저 늙은 여자를 봐라. 저 돈 많은 과부를 봐라.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 오노 요코의 1998년 발언. <(마녀에서 예술가로) 오노 요코> 중에서
여성을 완전히 가려버린 그림자가 존재하는 한편, 여성의 일부 모습만을 드러내 주는 그림자도 있다. 남성 연인과의 관계가 어느 한쪽으로 흡수된 형태는 아니었으나 일반 대중의 인식 속에는 ‘누군가의 연인’, ‘○○의 그녀’라는 표현이 선행하는 여성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정체성과 사상은 누군가와의 관계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마지막 동반자였던 오노 요코가 대표적이다. 오노 요코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 등에서 활동한 설치미술가이자 행위예술가다. 그는 1960년대 초부터 불던 전위예술 운동 ‘플럭서스(Fluxus)’의 일원으로 커리어를 쌓아올렸다. 1965년에는 한 행사에 앤디 워홀, 백남준 등과 함께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1966년 존 레논과 가까워지고 두 해 뒤 가정을 꾸리면서 그를 향한 세상의 시선이 바뀌었다. 가장 대표적인 건 비틀즈 불화의 원인이 돼 끝내 ‘비틀즈를 해체시킨 마녀’라는 오명이다. 비틀즈는 1970년 해체했다. 일본인, 여성, 난해한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라는 이미지가 겹치며 요코는 해체의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당시 영국 언론은 “요코는 전세계가 가장 싫어하는 인물”, “비틀즈 멤버를 훔쳤다”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밴드 해체로 상심한 비틀즈 팬덤의 화살도 그에게 쏠렸다. 1980년 존 레논이 피살된 이후에는 “남편 잡아먹은 여자”라는 비난이 추가됐다. 그가 처했던 공격은 아시아인-이혼 유경험자-여성이라는 약자성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 시절 오노 요코는 그저 한 개인이 아닌 일종의 사회 현상이었다.
존 레논이 사망한 지는 이제 46년이 지났다. 오노 요코도 94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반세기 전 급류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예술가로서 오노 요코에 대한 재조명은 그간 조금씩 이뤄져 왔다.
중요한 점은 그가 평화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였다는 사실이다. 베트남전 반대 운동이 한창이던 1967년 8월 3일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사자상은 흰 천으로 뒤덮였다. 호레이쇼 넬슨 제독의 기념상이 세워진 트라팔가 광장은 그 자체가 전쟁 승리를 상징하는 장소다. 오노 요코는 경찰의 허가를 받아 그곳의 사자상을 덮어버리고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사자상에 묶어버렸다. 여성이, 그것도 아시아에서 온 여성이 런던의 심장부에서 전쟁과 남성의 상징에 반기를 든 셈이다.
오노 요코는 1968년 인터뷰에서 “여자는 세상의 흑인이다(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라고 발언했고, 이어 같은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다. 금기시되는 표현(N-word)을 동원함으로써 여성이 착취당하는 집단임을 지적한 것이다. 그가 레논과 잠깐 결별했던 시기 발표한 앨범에는 ‘분노하라 젊은 여성들이여’란 곡이 실리기도 했다. 그는 “나는 모든 여성에게 감탄한다. 여성은 모두가 근본적으로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여성혐오적이고 인종적인 편견에 맞서온 오노 요코의 일생 동안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았다.
“어떠한 개성에도 다른 개성을 흡수해버릴 권리는 없다. 박열이 그의 길을 가는 것처럼 나는 나의 길을 간다. 자신의 세계에서는 자신이 절대자이다. 누구로부터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길을 곧바로 걸어가기 위해서 나는 혼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가네코 후미코, 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일본제국의 아나키스트>에 실린 재판기록 중에서
가네코 후미코는 남편이자 동지였던 조선인 박열과 자신과의 관계를 이렇게 진술했다. 그는 제국주의와 천황제를 비판한 일본인으로, 박열의 아내로 잘 알려져 있다. 그와 박열은 1923년 9월 관동대지진 당시의 혼란 속에 일본 왕을 폭살하려 했다는 혐의(대역죄 및 폭발물단속벌칙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대역죄의 법정형은 미·기수를 불문하고 사형밖에 없었다. 일본 법원은 가네코 후미코를 전향시키려 했지만 그는 이 시도에 넘어가지 않고 사형 선고를 받아들였다.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에서 태어나 유년기 7년 동안을 식민지 조선에서 보냈다. 복잡한 가정 상황 탓에 무적자로 태어났고, 조선에선 친척들에게 학대를 당했다. 그러면서 피지배층을 힘들게 하는 제국주의의 구조에 눈을 떴고 그 핵심에는 천황제가 있다고 봤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를 쓴 박열을 평소 동경하다가 1922년 일본에서 박열과 조우하고 운명적 동거를 시작했다. 그들은 감옥에 각각 수감돼 사형 선고 3일 전 법적 혼인 신고를 마쳤다.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으나 가네코는 1926년 7월 옥중 사망한다.
가네코는 박열의 연인으로 언급되곤 한다. 그러다보니 둘의 사상이 겹쳐진다거나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따랐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가네코는 자신이 조선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박열과는 출발점이 다르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의 이념에 동화돼서가 아니라 그와 공명할 수 있는 지점이 있어서 동반자가 됐다는 것이다. <나는 나: 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에는 그러한 감정이 서술돼 있다. 가네코는 박열이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저자임을 알게 된 순간 “내가 찾고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 그것이 그의 안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나는 자신에게 의심을 가졌던 바로 그때 끝까지 자신을 추구했어야만 했다. 그랬다면 박열과 나 사이에 거리가 생겼을는지도 모른다. 박열과 나는 함께 살았다. 하지만 그것은 두 사람의 생활이 아니었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생활이었다.” - 위의 책 중에서
그가 걸어온 독자적인 반제국주의·항일 활동은 사후에 인정받았다. 한국 정부는 2018년 가네코 후미코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독립유공자로 서훈받은 일본인은 그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여성들은 어찌 보면 시대를 많이 앞서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성취에 관한 평가는 다를지 몰라도, 그 시대에 특출난 인물이었음을 부정하긴 힘들다. 누군가의 연인으로만 한정짓기에는 무척이나 아깝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각자 고유한 삶을 살았음에도 시대적 배경이 빚어낸 여성의 삶으로서 일종의 대표성과 전형성이 있다는 것이다. 삶의 중요한 시기가 현재진행형인 실존 인물, 충분한 자료 조사나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여성 등은 제외했지만 이 대표성과 전형성의 함의를 확장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 대목에 이르면 ‘지금은 어떤가’란 의문을 피할 수 없다. 연인이나 동반자 관계가 여성에게 드리우는 그림자는 얼마나 옅어졌을까. 남성과 똑같이 교육받고 똑같이 일하다가도 어느 순간 남성의 커리어를 ‘밀어주기로 한’ 여성들은 어떻게 기록되어야 하는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의 연인’, ‘○○의 뮤즈’란 수식어에서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자신의 헌신을 밝힐 길이 없었던 여성들, 정당한 주목과 평가를 받지 못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무수히 쌓여 있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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