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떠내려온 희귀 바다거북···2년 반만에 8000㎞ 고향길
이진숭
12시간 10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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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웨일스 해안에서 발견된 아기 바다거북이 약 2년 반 동안의 간호 끝에 무사히 성장해 고향인 멕시코만으로 돌아간다. 약 8000㎞의 여정이다.
영국 BBC는 멸종위기종인 켐프각시바다거북 ‘로시’가 고향인 멕시코만으로 돌아가기 위해 약 8047㎞에 이르는 비행길에 오른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시는 2023년 12월 간신히 목숨이 붙은 상태로 웨일스 해변에서 발견됐다. 당시 두 살도 채 되지 않았던 로시는 원래 살던 곳보다 훨씬 차가운 바닷물에 노출돼, 발견 당시 ‘저체온 마비’ 상태에 빠져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고 한다. 발견 장소인 앵글시의 로스네이그르(Rhosneigr) 근처 해변의 이름을 따서 이름이 지어졌다.
켐프각시바다거북은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바다거북으로, 멸종위기종이다. 멕시코와 미국 텍사스주 단 두 곳 따뜻한 해변에서만 번식한다. 바다거북 중 가장 작은 거북으로, 덩치가 크더라도 몸길이 75㎝, 몸무게 50㎏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앵글시 해양동물원에서 로시의 회복을 도왔다. 2년 반에 걸친 직원들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로시는 1㎏ 미만에서 21㎏까지 몸무게가 늘었고, 덩치는 3배 커졌다.
앵글시 해양동물원의 프랭키 호브로는 “첫 한두 주 동안은 로시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며 “오랜 기간 돌보면서 녀석의 개성과 습관을 잘 알게 됐는데, 곧 카리브해로 헤엄쳐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바다에 사는 로시가 물 밖으로 나와 8000㎞에 달하는 장거리를 견뎌내는 게 관건이다. 활동가들은 로시가 이송 도중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며 이송 작전을 계획했다. 우선 앵글시에서 런던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간 뒤, 화물기에 실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까지 다시 이동한다. 로시 곁에서 직원들이 건조해지거나 탈수가 일어나지 않게 24시간 돌본다. 앵글시 해양동물원 매트 데이비드슨은 “눈과 등껍질이 건조해지지 않게 윤활제와 바셀린을 듬뿍 발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시는 앵글시 해양동물원에서 지난 10년 동안 구조·회복된 네 번째 바다거북이다. 호브로는 “바다거북은 수족관이 아닌 바다에 있어야 한다. 지난 2년을 기다려온 이 순간이 정말 벅차다”라고 말했다.
자주 이런 질문들을 받는다.
“인공지능(AI)이 코딩, 번역, 디자인은 물론 연구, 창작까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도 끝까지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능력은 무엇인가?”
“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회의하고, e메일을 쓰고, 업무를 처리하는 단계까지 왔다. 앞으로 직장에서 인간은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학생들이 ‘이건 AI에게 시키면 되는데 왜 공부해야 하죠?’라고 묻는다. 그럼에도 인간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지식과 훈련은 무엇이라고 보나?”
질문들이 공유하는 문법은 하나다. “당신은 여전히 쓸모 있는가?” 그 쓸모의 판정기준이 모두 AI, 인공지능이다. 이런 구도에서는 인공지능이 못하는 것의 목록이 곧 인간의 정의가 된다. 말하자면 잔여가치론이다. 인간을 기계의 나머지로 정의하는 것이다.
이 정의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기계가 나아질 때마다 인간이 줄어든다. 정의 자체가 자기잠식적이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조건’은 위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가치를 인공지능의 성능 곡선에 종속시키는 문장이다.
산업사회 공장 ‘일꾼’ 규정서AI가 못할 것을 하는 존재로인간을 ‘잔여 가치’ 보는 시선‘쓸모’ 넘는 생각을 해야 할 때
다른 글에서 이렇게 썼다. “지금의 학교는 산업시대의 고안품이다. 산업사회의 만트라는 규격화, 표준화, 대량생산이다. 학교는 공장과 거울처럼 대응한다. 위계가 있고, 생산라인의 분업에 조응하는 개별과목들이 있다. 공장에 일 자체의 만족이 아니라 임금·상여금과 같은 외재적 보상이 있는 것처럼, 학교에는 공부 자체의 즐거움 대신 성적·상벌과 같은 보상이 있다. 순종하고 근면하며 표준화된 실행을 할수록 학교는 높은 평가를 내린다. 그것은 공장에서 가장 중요히 쓰일 가치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지금 주어진 질문들은 모두 산업사회의 질문들이다. 사람의 ‘쓸모’를 묻는다. 그 ‘쓸모’는 말하자면 일꾼으로서의 쓸모다. 공장을 위한 쓸모다. 가치가 언제나 사람의 바깥에 있다.
1958년에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이 있다. 해나 아렌트는 그해 펴낸 <인간의 조건>에서 이렇게 말한다. 근대는 인간의 노동을 오로지 생존을 위한 소모적 반복으로 만들어 버렸다. “자동화는 노동의 사슬로부터 해방되려는 노동자들의 사회를 낳는데, 그 사회는 이제 그 자유를 얻을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들어줄, 더 높고 의미 있는 활동들을 알지 못한다.”
아렌트는 인간의 활동을 셋으로 나눴다. 생존을 위한 노동(labor), 나보다 오래 남을 어떤 것을 만드는 작업(work),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말과 행동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내는 행위(action). ‘근대는 이 셋을 노동 하나로 뭉개버렸다’고 아렌트는 말한다. 우리는 생존을 위한 소모적 반복 외에 다른 더 높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할 방법을 잊었다는 것이다.
케인스는 대공황의 한복판이던 1930년, ‘우리 손주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강연에서 100년 뒤 인류가 누릴 지극히 풍요로운 미래를 예측했다. 세상이 무너지고 있던 바로 그 시점에!
케인스는 당대의 비관이 과잉이라고 얘기했다. 여기서 그 유명한 ‘기술적 실업’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노동 사용을 절약하는 수단을 발견하는 속도가, 노동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는 속도를 앞지름으로써 생기는 실업.” 말하자면 AI 실업 논의의 원형이 여기 있는 셈이다.
케인스는 100년 뒤 진보한 나라들의 생활수준은 지금의 4배에서 8배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경제 문제가 해결되면 인류는 전통적 목적을 잃는다. “그리하여 창조 이래 처음으로 인간은 자신의 진짜 문제, 항구적 문제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절박한 경제적 근심으로부터 얻은 자유를 어떻게 쓸 것인가? 과학과 복리가 그에게 벌어다준 여가를 어떻게 채워서 지혜롭고 유쾌하게 잘 살 것인가?”
그는 흔히 주 15시간 노동을 주창한 사람으로 불리곤 한다. 그러나 그의 말은 정확히 이러하다. “하루 3시간 교대나 주 15시간 노동이면 이 문제를 꽤 오랫동안 미뤄둘 수 있을 것이다. 하루 3시간이면 우리 대부분 안에 있는 옛 아담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니까.” 15시간은 단지 ‘유예’였다.
그의 강연은 이런 낙관론으로 매듭지어진다. “우리는 다시 한번 수단보다 목적을 귀하게 여기고, 쓸모 있는 것보다 좋은 것을 택하게 될 것이다.” 케인스가 말한 100년 뒤가 바로 2030년이다. 4년 남았다. 그때 우리는 쓸모 있는 것보다 좋은 것을 택하게 될 수 있을까?
영국 BBC는 멸종위기종인 켐프각시바다거북 ‘로시’가 고향인 멕시코만으로 돌아가기 위해 약 8047㎞에 이르는 비행길에 오른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시는 2023년 12월 간신히 목숨이 붙은 상태로 웨일스 해변에서 발견됐다. 당시 두 살도 채 되지 않았던 로시는 원래 살던 곳보다 훨씬 차가운 바닷물에 노출돼, 발견 당시 ‘저체온 마비’ 상태에 빠져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고 한다. 발견 장소인 앵글시의 로스네이그르(Rhosneigr) 근처 해변의 이름을 따서 이름이 지어졌다.
켐프각시바다거북은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바다거북으로, 멸종위기종이다. 멕시코와 미국 텍사스주 단 두 곳 따뜻한 해변에서만 번식한다. 바다거북 중 가장 작은 거북으로, 덩치가 크더라도 몸길이 75㎝, 몸무게 50㎏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앵글시 해양동물원에서 로시의 회복을 도왔다. 2년 반에 걸친 직원들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로시는 1㎏ 미만에서 21㎏까지 몸무게가 늘었고, 덩치는 3배 커졌다.
앵글시 해양동물원의 프랭키 호브로는 “첫 한두 주 동안은 로시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며 “오랜 기간 돌보면서 녀석의 개성과 습관을 잘 알게 됐는데, 곧 카리브해로 헤엄쳐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바다에 사는 로시가 물 밖으로 나와 8000㎞에 달하는 장거리를 견뎌내는 게 관건이다. 활동가들은 로시가 이송 도중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며 이송 작전을 계획했다. 우선 앵글시에서 런던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간 뒤, 화물기에 실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까지 다시 이동한다. 로시 곁에서 직원들이 건조해지거나 탈수가 일어나지 않게 24시간 돌본다. 앵글시 해양동물원 매트 데이비드슨은 “눈과 등껍질이 건조해지지 않게 윤활제와 바셀린을 듬뿍 발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시는 앵글시 해양동물원에서 지난 10년 동안 구조·회복된 네 번째 바다거북이다. 호브로는 “바다거북은 수족관이 아닌 바다에 있어야 한다. 지난 2년을 기다려온 이 순간이 정말 벅차다”라고 말했다.
자주 이런 질문들을 받는다.
“인공지능(AI)이 코딩, 번역, 디자인은 물론 연구, 창작까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도 끝까지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능력은 무엇인가?”
“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회의하고, e메일을 쓰고, 업무를 처리하는 단계까지 왔다. 앞으로 직장에서 인간은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학생들이 ‘이건 AI에게 시키면 되는데 왜 공부해야 하죠?’라고 묻는다. 그럼에도 인간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지식과 훈련은 무엇이라고 보나?”
질문들이 공유하는 문법은 하나다. “당신은 여전히 쓸모 있는가?” 그 쓸모의 판정기준이 모두 AI, 인공지능이다. 이런 구도에서는 인공지능이 못하는 것의 목록이 곧 인간의 정의가 된다. 말하자면 잔여가치론이다. 인간을 기계의 나머지로 정의하는 것이다.
이 정의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기계가 나아질 때마다 인간이 줄어든다. 정의 자체가 자기잠식적이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조건’은 위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가치를 인공지능의 성능 곡선에 종속시키는 문장이다.
산업사회 공장 ‘일꾼’ 규정서AI가 못할 것을 하는 존재로인간을 ‘잔여 가치’ 보는 시선‘쓸모’ 넘는 생각을 해야 할 때
다른 글에서 이렇게 썼다. “지금의 학교는 산업시대의 고안품이다. 산업사회의 만트라는 규격화, 표준화, 대량생산이다. 학교는 공장과 거울처럼 대응한다. 위계가 있고, 생산라인의 분업에 조응하는 개별과목들이 있다. 공장에 일 자체의 만족이 아니라 임금·상여금과 같은 외재적 보상이 있는 것처럼, 학교에는 공부 자체의 즐거움 대신 성적·상벌과 같은 보상이 있다. 순종하고 근면하며 표준화된 실행을 할수록 학교는 높은 평가를 내린다. 그것은 공장에서 가장 중요히 쓰일 가치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지금 주어진 질문들은 모두 산업사회의 질문들이다. 사람의 ‘쓸모’를 묻는다. 그 ‘쓸모’는 말하자면 일꾼으로서의 쓸모다. 공장을 위한 쓸모다. 가치가 언제나 사람의 바깥에 있다.
1958년에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이 있다. 해나 아렌트는 그해 펴낸 <인간의 조건>에서 이렇게 말한다. 근대는 인간의 노동을 오로지 생존을 위한 소모적 반복으로 만들어 버렸다. “자동화는 노동의 사슬로부터 해방되려는 노동자들의 사회를 낳는데, 그 사회는 이제 그 자유를 얻을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들어줄, 더 높고 의미 있는 활동들을 알지 못한다.”
아렌트는 인간의 활동을 셋으로 나눴다. 생존을 위한 노동(labor), 나보다 오래 남을 어떤 것을 만드는 작업(work),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말과 행동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내는 행위(action). ‘근대는 이 셋을 노동 하나로 뭉개버렸다’고 아렌트는 말한다. 우리는 생존을 위한 소모적 반복 외에 다른 더 높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할 방법을 잊었다는 것이다.
케인스는 대공황의 한복판이던 1930년, ‘우리 손주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강연에서 100년 뒤 인류가 누릴 지극히 풍요로운 미래를 예측했다. 세상이 무너지고 있던 바로 그 시점에!
케인스는 당대의 비관이 과잉이라고 얘기했다. 여기서 그 유명한 ‘기술적 실업’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노동 사용을 절약하는 수단을 발견하는 속도가, 노동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는 속도를 앞지름으로써 생기는 실업.” 말하자면 AI 실업 논의의 원형이 여기 있는 셈이다.
케인스는 100년 뒤 진보한 나라들의 생활수준은 지금의 4배에서 8배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경제 문제가 해결되면 인류는 전통적 목적을 잃는다. “그리하여 창조 이래 처음으로 인간은 자신의 진짜 문제, 항구적 문제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절박한 경제적 근심으로부터 얻은 자유를 어떻게 쓸 것인가? 과학과 복리가 그에게 벌어다준 여가를 어떻게 채워서 지혜롭고 유쾌하게 잘 살 것인가?”
그는 흔히 주 15시간 노동을 주창한 사람으로 불리곤 한다. 그러나 그의 말은 정확히 이러하다. “하루 3시간 교대나 주 15시간 노동이면 이 문제를 꽤 오랫동안 미뤄둘 수 있을 것이다. 하루 3시간이면 우리 대부분 안에 있는 옛 아담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니까.” 15시간은 단지 ‘유예’였다.
그의 강연은 이런 낙관론으로 매듭지어진다. “우리는 다시 한번 수단보다 목적을 귀하게 여기고, 쓸모 있는 것보다 좋은 것을 택하게 될 것이다.” 케인스가 말한 100년 뒤가 바로 2030년이다. 4년 남았다. 그때 우리는 쓸모 있는 것보다 좋은 것을 택하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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