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박물관 사먹어도 싸먹어도 비싸긴 매한가지···서울 김밥 한줄 평균 4000원, 오름세 가장 가팔라
이진숭
2026.08.1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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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박물관 최근 쌀, 계란, 김 등 김밥의 핵심 재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김밥 한 줄 가격이 4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1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집계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지역에서 판매하는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38원으로 1년 전보다 5.9% 올랐다.
소비자원이 대중적으로 소비 빈도가 높은 주요 8개 외식 품목의 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 김밥 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다른 7개 품목의 경우 삼겹살은 같은 기간 4.3%, 칼국수는 3.6%, 냉면 2.8%, 삼계탕 2.8%, 비빔밥 2.7%, 자장면 2.1%, 김치찌개 1.8% 인상됐다.
서울 지역 기준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3723원에서 올해 1월 3800원으로 오른데 이어 5개월 만에 3838원으로 또 상승했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 여파로 쌀을 비롯해 계란, 김 등 김밥을 싸는데 필요한 재료 가격이 외식 김밥의 원가를 끌어올리며 가격 상승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실제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 2분기 쌀 가격은 1년 전보다 13.2% 올랐다. 계란은 9.0%, 김은 2.5% 상승했다.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김밥 가격의 오름세는 확대되는 분위기다. 김밥 가격 상승률은 지난 6월 4.2%에서 7월에는 4.5%로 더 커졌다.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김밥 등 외식비 부담이 단기간에 완화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직접 김밥을 말기도 부담스럽긴 매한가지다. 이날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김밥 재료를 보면 계란(30구)은 1만원에 육박하고, 당근은 1㎏(3~5개)에 4500원, 시금치는 200g에 6500원, 김밥용 단무지는 5000원이나 하는 등 1년 전에 비해 2배가량 올라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일원동에 사는 김모씨(48)는 학원에 다니는 자녀들을 위해 유명 프랜차이즈점에서 김밥을 자주 구입했지만 한 줄에 5000원이 훌쩍 넘자 집에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대형마트를 찾은 김씨는 또한번 놀랐다. 그는 “김과 햄, 맛살, 단무지, 우엉 등을 한데 모은 김밥 재료 세트가격이 6000~7000원대였는데 지금은 1만~1만5000원”이라면서 “외식가격도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장을 봐도 월등히 싼 것도 아니어서 식비 부담에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가 반도체·데이터센터·피지컬 AI(인공지능)를 축으로 한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대통령이 정치권력으로 ‘기업의 팔을 비튼다’는 비판이 나왔다. 모양새를 보면 일견 타당한 지적 같지만 나는 그래도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큰 틀에서 지지하기로 했다. 국가 경쟁력 지속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방향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많은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려면 정권의 권력 행사는 불가피한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걱정은 남아 있다. 방향이 아니라 ‘속도’ 때문이다. 5년마다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한계가 있어 그렇겠지만 정부와 여당은 유독 이 사안에서 속도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메가프로젝트 민관 합동 제2차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아예 “속도전을 넘어서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속도전 내지는 전격전 속에서 노동과 환경이라는 가치는 속절없이 뒷전으로 밀리는 중이다.
메가프로젝트 ‘방향’은 맞지만노동·환경 가치 뒷전으로 밀린정부의 ‘속도전’은 우려스러워규제 완화가 ‘선례’ 되면 안 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노동 분야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국회에 보고한 특별법 잠정안에는 파견 대상 업무 확대,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는 방안, 소득 상위 3%에 해당하는 관리자·연구개발자에게 주 52시간 상한과 각종 수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 등이 담겼다. 산술적으로 16주 연속 주 80시간 노동도 가능해지는 설계다. 이는 노동부 스스로 정한 과로사 인정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이를 추진할 근거는 빈약해 보인다. 정작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은 그간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기존 제도 안에서도 기업은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노사 협상력이 약한 중소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는 장시간 노동이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역시 마찬가지다.
환경 쪽 우려도 가볍지 않다. 이 대통령은 앞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점검회의에서 “같은 지역인데 환경영향평가를 또 할 필요가 있느냐”며 절차 단축을 직접 주문했다. 지난 10일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각종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단축하겠다”고 다시 밝혔다.
계절별 변화를 반영해야 하는 환경영향평가의 취지를 생각하면, 이는 평가 자체를 요식행위로 만들 위험이 있다.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특례법이 메가특구에 그대로 적용되면 여러 후보지를 비교 검토하는 본래의 평가 과정 없이 이미 정해진 부지와 사업 규모에 맞춰 형식적인 절차만 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걱정스러운 지점은 이런 것들이 쌓여 ‘선례’가 되는 것이다. 지난달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메가특구에서 노동시간 규제를 풀어주면 판교나 용인의 다른 기업들도 형평성을 내세워 같은 특례를 요구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이미 통과된 반도체특별법도 메가특구 수준에 맞춰 다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영계 일각에서 나온다.
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육성은 한국이 지속하는 데 필요한 핵심과제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스스로 표방해온 노동존중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이라는 원칙을 저버린다면 그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노동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메가프로젝트 앞에서만은 당분간 ‘모든 정부는 원팀’이라는 생각을 버리기 바란다. 노동부와 기후부는 장기적인 성공을 염두에 두고 ‘레드팀’을 자임하고 노동과 환경이란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그래야 최근 어떤 기관장처럼 뒤늦게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13일 네이버TV에 올라온 ‘육상명문 000선수’라는 제목의 쇼트폼(짧은 동영상). 몸에 밀착되는 운동복을 입고 육상대회에 출전한 여고생 선수의 뒷모습과 앞모습을 근접촬영한 영상이 느린 속도로 재생된다. 선수의 체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쇼츠에는 선수의 얼굴과 신체를 평가하는 댓글과 음담패설 등이 수십 여개 달렸다.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쇼트폼 ‘주목받는 0000’은 언더웨어형 운동복을 입고 시상대에 선 한 여고생 선수를 근접촬영했다. 어김 없이 선수의 신체에 대한 품평 및 음란한 내용을 담은 댓글들로 도배됐다.
대회에 출전한 여성 선수들을 근접 촬영한 영상을 담은 쇼츠들이 유튜브, 네이버 등 플랫폼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육상, 다이빙, 비치발리볼 등 주로 신체에 밀착되거나 짧은 운동복을 입는 종목의 선수들이 대상이 된다. 운동선수를 성적으로 대상화한 불법촬영물로 볼 여지가 충분하지만, 모호한 법적 기준 탓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쇼트폼 대부분은 대회나 선수에 대한 설명 없이 근접 촬영된 신체만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하거나 카메라가 선수의 신체를 훓듯이 ‘슬로모션’을 걸어 편집하기도 한다. 조회수 수익을 노리고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쇼트폼 중 제목에 ‘미모’, ‘탄탄’ ‘아이돌’ 등을 내건 쇼트폼의 조회수는 수십 만~수백 만 회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여성 선수를 외모와 몸매로만 소비해 온 오랜 ‘성적 대상화’의 연장선으로 본다. 고은하 한국여성체육학회 회장은 “과거에는 레거시미디어가 여성 선수의 퍼포먼스를 사소화하고 성적 대상화했다면 이제는 별다른 규제나 자정이 없는 뉴미디어를 통해 대상화가 재현되고 있다”며 “특히 쇼트폼 중심의 미디어 소비가 늘면서 젊은 세대의 인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쇼트폼들이 원칙적으로 불법촬영물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성폭력처벌법상 불법 촬영 여부는 촬영 장소가 아닌 ‘촬영 의도’와 ‘피해자의 의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수진 법무법인 혜석 변호사는 “피해자 의사에 반하고 성적 불쾌감을 줄 목적이 충족된다면 경기장에서 찍은 영상이라도 불법 촬영물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하 변호사 역시 ‘조건부 동의’ 개념을 들어 “선수가 경기장 내 촬영을 묵시적으로 용인했더라도 특정 신체 부위만 강조해 편집한 것은 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인천지방법원에서는 한 남성이 피해자의 조건부 동의에 반하는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주하 법무법인 JLP 변호사는 “슬로모션을 걸어 영상을 올리는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1항에서 말하는 ‘가공물’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14조의2 1항은 편집물·합성물·가공물 또는 반포를 한 자는 영상물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더라도 반포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2021년 대법원이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무단 촬영한 남성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본인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되지 않을 자유’를 명시했다”며 “선수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몸에 밀착된 유니폼을 입었더라도, 성적 대상화를 의도한 촬영에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소와 처벌로 이어지기에는 법적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의 전형적인 불법 촬영 범죄와 달리 경기장에서 촬영한 영상은 ‘성적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에서는 원칙적으론 고의범만 처벌하게 돼 있다”며 “수사관이 촬영자의 내심의 의사에 성적 고의성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채널에 올라온 영상들과 제목 등 정황으로 그 의사를 추정할 수밖에 없으니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입법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최근 새로 생겨난 애매한 지점의 법적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경기장이라는 공개된 장소의 특성도 장애물이다. 이경하 변호사는 “선수들이 촬영 사실을 알고도 명시적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법원은 피고인에게 ‘의사에 반한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보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성인지감수성이 있는 재판부라면 괜찮지만, 보수적인 법 해석이 이뤄진다면 처벌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 역시 “의사에 반하거나 공중의 성풍속을 위배한다고 하면 불법 촬영물로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과잉 규제 우려나 표현의 자유 등으로 법원의 처벌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스포츠업계 관계자 A씨는 “미성년 선수 보호자나 심판이 촬영 자제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팬 촬영’과 성적 소비 목적의 편집 간 경계가 모호해 일괄 제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법적 제재 여부가 확실치 않다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대한체육회 혹은 스포츠윤리센터 등이 나서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선수단 대상 성희롱 인식 개선 캠페인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1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집계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지역에서 판매하는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38원으로 1년 전보다 5.9% 올랐다.
소비자원이 대중적으로 소비 빈도가 높은 주요 8개 외식 품목의 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 김밥 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다른 7개 품목의 경우 삼겹살은 같은 기간 4.3%, 칼국수는 3.6%, 냉면 2.8%, 삼계탕 2.8%, 비빔밥 2.7%, 자장면 2.1%, 김치찌개 1.8% 인상됐다.
서울 지역 기준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3723원에서 올해 1월 3800원으로 오른데 이어 5개월 만에 3838원으로 또 상승했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 여파로 쌀을 비롯해 계란, 김 등 김밥을 싸는데 필요한 재료 가격이 외식 김밥의 원가를 끌어올리며 가격 상승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실제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 2분기 쌀 가격은 1년 전보다 13.2% 올랐다. 계란은 9.0%, 김은 2.5% 상승했다.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김밥 가격의 오름세는 확대되는 분위기다. 김밥 가격 상승률은 지난 6월 4.2%에서 7월에는 4.5%로 더 커졌다.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김밥 등 외식비 부담이 단기간에 완화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직접 김밥을 말기도 부담스럽긴 매한가지다. 이날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김밥 재료를 보면 계란(30구)은 1만원에 육박하고, 당근은 1㎏(3~5개)에 4500원, 시금치는 200g에 6500원, 김밥용 단무지는 5000원이나 하는 등 1년 전에 비해 2배가량 올라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일원동에 사는 김모씨(48)는 학원에 다니는 자녀들을 위해 유명 프랜차이즈점에서 김밥을 자주 구입했지만 한 줄에 5000원이 훌쩍 넘자 집에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대형마트를 찾은 김씨는 또한번 놀랐다. 그는 “김과 햄, 맛살, 단무지, 우엉 등을 한데 모은 김밥 재료 세트가격이 6000~7000원대였는데 지금은 1만~1만5000원”이라면서 “외식가격도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장을 봐도 월등히 싼 것도 아니어서 식비 부담에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가 반도체·데이터센터·피지컬 AI(인공지능)를 축으로 한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대통령이 정치권력으로 ‘기업의 팔을 비튼다’는 비판이 나왔다. 모양새를 보면 일견 타당한 지적 같지만 나는 그래도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큰 틀에서 지지하기로 했다. 국가 경쟁력 지속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방향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많은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려면 정권의 권력 행사는 불가피한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걱정은 남아 있다. 방향이 아니라 ‘속도’ 때문이다. 5년마다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한계가 있어 그렇겠지만 정부와 여당은 유독 이 사안에서 속도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메가프로젝트 민관 합동 제2차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아예 “속도전을 넘어서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속도전 내지는 전격전 속에서 노동과 환경이라는 가치는 속절없이 뒷전으로 밀리는 중이다.
메가프로젝트 ‘방향’은 맞지만노동·환경 가치 뒷전으로 밀린정부의 ‘속도전’은 우려스러워규제 완화가 ‘선례’ 되면 안 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노동 분야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국회에 보고한 특별법 잠정안에는 파견 대상 업무 확대,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는 방안, 소득 상위 3%에 해당하는 관리자·연구개발자에게 주 52시간 상한과 각종 수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 등이 담겼다. 산술적으로 16주 연속 주 80시간 노동도 가능해지는 설계다. 이는 노동부 스스로 정한 과로사 인정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이를 추진할 근거는 빈약해 보인다. 정작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은 그간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기존 제도 안에서도 기업은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노사 협상력이 약한 중소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는 장시간 노동이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역시 마찬가지다.
환경 쪽 우려도 가볍지 않다. 이 대통령은 앞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점검회의에서 “같은 지역인데 환경영향평가를 또 할 필요가 있느냐”며 절차 단축을 직접 주문했다. 지난 10일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각종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단축하겠다”고 다시 밝혔다.
계절별 변화를 반영해야 하는 환경영향평가의 취지를 생각하면, 이는 평가 자체를 요식행위로 만들 위험이 있다.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특례법이 메가특구에 그대로 적용되면 여러 후보지를 비교 검토하는 본래의 평가 과정 없이 이미 정해진 부지와 사업 규모에 맞춰 형식적인 절차만 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걱정스러운 지점은 이런 것들이 쌓여 ‘선례’가 되는 것이다. 지난달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메가특구에서 노동시간 규제를 풀어주면 판교나 용인의 다른 기업들도 형평성을 내세워 같은 특례를 요구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이미 통과된 반도체특별법도 메가특구 수준에 맞춰 다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영계 일각에서 나온다.
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육성은 한국이 지속하는 데 필요한 핵심과제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스스로 표방해온 노동존중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이라는 원칙을 저버린다면 그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노동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메가프로젝트 앞에서만은 당분간 ‘모든 정부는 원팀’이라는 생각을 버리기 바란다. 노동부와 기후부는 장기적인 성공을 염두에 두고 ‘레드팀’을 자임하고 노동과 환경이란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그래야 최근 어떤 기관장처럼 뒤늦게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13일 네이버TV에 올라온 ‘육상명문 000선수’라는 제목의 쇼트폼(짧은 동영상). 몸에 밀착되는 운동복을 입고 육상대회에 출전한 여고생 선수의 뒷모습과 앞모습을 근접촬영한 영상이 느린 속도로 재생된다. 선수의 체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쇼츠에는 선수의 얼굴과 신체를 평가하는 댓글과 음담패설 등이 수십 여개 달렸다.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쇼트폼 ‘주목받는 0000’은 언더웨어형 운동복을 입고 시상대에 선 한 여고생 선수를 근접촬영했다. 어김 없이 선수의 신체에 대한 품평 및 음란한 내용을 담은 댓글들로 도배됐다.
대회에 출전한 여성 선수들을 근접 촬영한 영상을 담은 쇼츠들이 유튜브, 네이버 등 플랫폼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육상, 다이빙, 비치발리볼 등 주로 신체에 밀착되거나 짧은 운동복을 입는 종목의 선수들이 대상이 된다. 운동선수를 성적으로 대상화한 불법촬영물로 볼 여지가 충분하지만, 모호한 법적 기준 탓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쇼트폼 대부분은 대회나 선수에 대한 설명 없이 근접 촬영된 신체만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하거나 카메라가 선수의 신체를 훓듯이 ‘슬로모션’을 걸어 편집하기도 한다. 조회수 수익을 노리고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쇼트폼 중 제목에 ‘미모’, ‘탄탄’ ‘아이돌’ 등을 내건 쇼트폼의 조회수는 수십 만~수백 만 회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여성 선수를 외모와 몸매로만 소비해 온 오랜 ‘성적 대상화’의 연장선으로 본다. 고은하 한국여성체육학회 회장은 “과거에는 레거시미디어가 여성 선수의 퍼포먼스를 사소화하고 성적 대상화했다면 이제는 별다른 규제나 자정이 없는 뉴미디어를 통해 대상화가 재현되고 있다”며 “특히 쇼트폼 중심의 미디어 소비가 늘면서 젊은 세대의 인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쇼트폼들이 원칙적으로 불법촬영물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성폭력처벌법상 불법 촬영 여부는 촬영 장소가 아닌 ‘촬영 의도’와 ‘피해자의 의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수진 법무법인 혜석 변호사는 “피해자 의사에 반하고 성적 불쾌감을 줄 목적이 충족된다면 경기장에서 찍은 영상이라도 불법 촬영물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하 변호사 역시 ‘조건부 동의’ 개념을 들어 “선수가 경기장 내 촬영을 묵시적으로 용인했더라도 특정 신체 부위만 강조해 편집한 것은 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인천지방법원에서는 한 남성이 피해자의 조건부 동의에 반하는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주하 법무법인 JLP 변호사는 “슬로모션을 걸어 영상을 올리는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1항에서 말하는 ‘가공물’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14조의2 1항은 편집물·합성물·가공물 또는 반포를 한 자는 영상물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더라도 반포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2021년 대법원이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무단 촬영한 남성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본인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되지 않을 자유’를 명시했다”며 “선수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몸에 밀착된 유니폼을 입었더라도, 성적 대상화를 의도한 촬영에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소와 처벌로 이어지기에는 법적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의 전형적인 불법 촬영 범죄와 달리 경기장에서 촬영한 영상은 ‘성적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에서는 원칙적으론 고의범만 처벌하게 돼 있다”며 “수사관이 촬영자의 내심의 의사에 성적 고의성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채널에 올라온 영상들과 제목 등 정황으로 그 의사를 추정할 수밖에 없으니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입법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최근 새로 생겨난 애매한 지점의 법적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경기장이라는 공개된 장소의 특성도 장애물이다. 이경하 변호사는 “선수들이 촬영 사실을 알고도 명시적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법원은 피고인에게 ‘의사에 반한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보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성인지감수성이 있는 재판부라면 괜찮지만, 보수적인 법 해석이 이뤄진다면 처벌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 역시 “의사에 반하거나 공중의 성풍속을 위배한다고 하면 불법 촬영물로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과잉 규제 우려나 표현의 자유 등으로 법원의 처벌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스포츠업계 관계자 A씨는 “미성년 선수 보호자나 심판이 촬영 자제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팬 촬영’과 성적 소비 목적의 편집 간 경계가 모호해 일괄 제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법적 제재 여부가 확실치 않다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대한체육회 혹은 스포츠윤리센터 등이 나서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선수단 대상 성희롱 인식 개선 캠페인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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