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학 잔디밭의 짜장면, 소방의 골든타임
이진숭
17시간 30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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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대학 축제의 풍경이 아직도 선명하다. 봄과 가을이면 운동장은 학생들로 가득했고, 잔디밭 곳곳에서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짜장면을 나눠 먹었다. 축제의 낭만을 상징하던 그 장면은 지금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축제 날이면 주문이 한꺼번에 몰려 인근 중국집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한 식당이 감당하기 어려운 주문량이 몰리면 사장님들은 경쟁보다 협력을 선택했다. 주변 식당과 주문을 나누고, 각자 만든 음식을 같은 장소로 보내 학생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였다. 음식을 실은 배달원들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던 모습은 생활 속 협업의 지혜였다.
이 장면은 오늘날 소방의 대응체계를 떠올리게 한다. 대형 재난이 발생해 한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우면 관할과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가장 가까운 가용 자원을 먼저 투입한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힘을 가장 빠르게 모으는 것, 그것이 재난 대응의 기본 원칙이다. 재난 앞에서는 경계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소방에서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달이 늦은 짜장면은 맛을 잃지만, 소방이 늦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화재가 확대되기 전, 심정지 환자의 소생 가능성이 낮아지기 전, 구조 대상자가 더 큰 위험에 처하기 전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그래서 소방은 이 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소방청은 교차로마다 소방차 우선신호시스템을 확대하고, 공동주택에는 공동현관을 신속히 통과할 수 있는 ‘119패스’ 보급을 늘리고 있다. 그 결과 화재 발생 후 7분 이내 현장 도착률은 우선신호시스템과 119패스 보급 이전의 68.3%에서 70.3%로 상향됐다.
올해부터는 시도의 경계를 넘어 가장 가까운 소방헬기가 출동하는 국가 통합출동체계를 전면 시행 중이다. 산불 현장의 헬기 도착 시간은 지난해 봄철 평균 15.1분에서 올해 10.3분으로 4.8분 단축됐다. 중증 외상환자와 고위험 임산부 등 응급환자를 위한 국가 단위 헬기 출동도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현재 구축 작업 중인 차세대 119통합시스템은 신고 접수부터 현장 대응, 병원 이송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한다. 인공지능(AI)은 신고 내용을 분석해 사고 유형을 예측하고 최적의 출동 경로를 제시하며, 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휘관의 판단을 지원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의료기관을 신속하게 선정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골든타임은 소방만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골목길과 공동주택의 불법 주정차, 긴급차량 진로 방해는 여전히 현장 도착을 늦추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소방청은 경찰과 교통방송, 민간 내비게이션과 협력해 긴급차량 접근 정보를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운전자 한 사람의 작은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살리는 몇분이 될 수 있다.
30년 전 대학에서 배운 것은 협력이었다. 오늘 소방이 지키려는 것은 시간이다. 협력은 시간을 앞당기고, 시간은 생명을 살린다. 국민의 평온한 일상은 골든타임을 지키려는 수많은 사람의 책임과 배려 위에서 이어진다.
소방은 앞으로도 첨단기술과 협업을 바탕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달려갈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음악을 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지만, 관련 법규 미비로 시작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AI 활용 음악의 저작물 등록을 국내 최초로 공식화하자, 정치권에서 “사회적·법적 기준이 먼저”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I 음악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입법적 결론도 내려진 바 없다”며 “법도, 제도도, 사회적 합의도 마련되지 않은 사안을 특정 단체가 자체 규정을 통해 사실상 먼저 정하고, 그 방향을 전제로 국회의 논의가 이어지는 잘못된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음저협이 AI 활용 음악의 저작물 등록이 가능하도록 최근 바뀐 ‘음악저작물 신고·등록에 관련 규정’을 문제 삼았다. ‘어떤 AI 도구를 얼마나,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을 함께 증빙하면 AI 활용 음악도 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음저협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관련 규정 개정을 의결하고 지난 3일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고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김 의원은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어디까지 저작물로 인정할 것인지,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명확한 사회적·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역시 AI 음악의 저작물성이나 권리 인정 범위에 대해 어떠한 제도적 결론도 내린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신탁관리 단체가 AI 음악의 신탁과 저작권료 지급에 관한 기준을 먼저 제시하고, 언론을 통해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을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와 정부가 이를 뒤따라 논의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AI 음악 관련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김 의원 주최·음저협 주관으로 계획됐지만 음저협이 AI 활용 음악 저작권 등록 인정 방침을 서둘러 발표하면서 전격 취소됐다. 음저협의 새 방침을 김 의원이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반면 음저협은 음악계의 AI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제도 정비 전 협회 차원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음저협은 지난 4일 “AI 활용 저작물에 관한 법적·제도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음악 창작 현장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정착되면서 이를 관리 체계 안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법·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음저협에 저작물을 등록한다고 해서 바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거나 권리 관계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물의 범위에 ‘AI 활용 음악’ 등을 규정한 부분이 추가돼야 한다. 다만 음저협은 저작물 등록이 AI를 이용한 창작을 국내에서 제도적으로 처음 수용한 상징적인 조치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활용 음악의 범위, 저작권료 배분 등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AI가 만든 음악이 인간이 만든 음악을 대체할 우려가 큰 상황이다. 법·제도 미비를 이유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AI 활용 음악에 기여한 인간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시민이 11일 강원 강릉시 사천면 강릉 박씨 종중 재실에 있는 국내 최고령 무궁화를 촬영하고 있다. 이 무궁화는 국내 최고령이자 가장 굵은 무궁화로 201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연합뉴스>
축제 날이면 주문이 한꺼번에 몰려 인근 중국집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한 식당이 감당하기 어려운 주문량이 몰리면 사장님들은 경쟁보다 협력을 선택했다. 주변 식당과 주문을 나누고, 각자 만든 음식을 같은 장소로 보내 학생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였다. 음식을 실은 배달원들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던 모습은 생활 속 협업의 지혜였다.
이 장면은 오늘날 소방의 대응체계를 떠올리게 한다. 대형 재난이 발생해 한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우면 관할과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가장 가까운 가용 자원을 먼저 투입한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힘을 가장 빠르게 모으는 것, 그것이 재난 대응의 기본 원칙이다. 재난 앞에서는 경계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소방에서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달이 늦은 짜장면은 맛을 잃지만, 소방이 늦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화재가 확대되기 전, 심정지 환자의 소생 가능성이 낮아지기 전, 구조 대상자가 더 큰 위험에 처하기 전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그래서 소방은 이 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소방청은 교차로마다 소방차 우선신호시스템을 확대하고, 공동주택에는 공동현관을 신속히 통과할 수 있는 ‘119패스’ 보급을 늘리고 있다. 그 결과 화재 발생 후 7분 이내 현장 도착률은 우선신호시스템과 119패스 보급 이전의 68.3%에서 70.3%로 상향됐다.
올해부터는 시도의 경계를 넘어 가장 가까운 소방헬기가 출동하는 국가 통합출동체계를 전면 시행 중이다. 산불 현장의 헬기 도착 시간은 지난해 봄철 평균 15.1분에서 올해 10.3분으로 4.8분 단축됐다. 중증 외상환자와 고위험 임산부 등 응급환자를 위한 국가 단위 헬기 출동도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현재 구축 작업 중인 차세대 119통합시스템은 신고 접수부터 현장 대응, 병원 이송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한다. 인공지능(AI)은 신고 내용을 분석해 사고 유형을 예측하고 최적의 출동 경로를 제시하며, 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휘관의 판단을 지원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의료기관을 신속하게 선정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골든타임은 소방만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골목길과 공동주택의 불법 주정차, 긴급차량 진로 방해는 여전히 현장 도착을 늦추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소방청은 경찰과 교통방송, 민간 내비게이션과 협력해 긴급차량 접근 정보를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운전자 한 사람의 작은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살리는 몇분이 될 수 있다.
30년 전 대학에서 배운 것은 협력이었다. 오늘 소방이 지키려는 것은 시간이다. 협력은 시간을 앞당기고, 시간은 생명을 살린다. 국민의 평온한 일상은 골든타임을 지키려는 수많은 사람의 책임과 배려 위에서 이어진다.
소방은 앞으로도 첨단기술과 협업을 바탕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달려갈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음악을 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지만, 관련 법규 미비로 시작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AI 활용 음악의 저작물 등록을 국내 최초로 공식화하자, 정치권에서 “사회적·법적 기준이 먼저”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I 음악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입법적 결론도 내려진 바 없다”며 “법도, 제도도, 사회적 합의도 마련되지 않은 사안을 특정 단체가 자체 규정을 통해 사실상 먼저 정하고, 그 방향을 전제로 국회의 논의가 이어지는 잘못된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음저협이 AI 활용 음악의 저작물 등록이 가능하도록 최근 바뀐 ‘음악저작물 신고·등록에 관련 규정’을 문제 삼았다. ‘어떤 AI 도구를 얼마나,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을 함께 증빙하면 AI 활용 음악도 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음저협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관련 규정 개정을 의결하고 지난 3일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고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김 의원은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어디까지 저작물로 인정할 것인지,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명확한 사회적·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역시 AI 음악의 저작물성이나 권리 인정 범위에 대해 어떠한 제도적 결론도 내린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신탁관리 단체가 AI 음악의 신탁과 저작권료 지급에 관한 기준을 먼저 제시하고, 언론을 통해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을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와 정부가 이를 뒤따라 논의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AI 음악 관련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김 의원 주최·음저협 주관으로 계획됐지만 음저협이 AI 활용 음악 저작권 등록 인정 방침을 서둘러 발표하면서 전격 취소됐다. 음저협의 새 방침을 김 의원이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반면 음저협은 음악계의 AI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제도 정비 전 협회 차원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음저협은 지난 4일 “AI 활용 저작물에 관한 법적·제도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음악 창작 현장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정착되면서 이를 관리 체계 안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법·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음저협에 저작물을 등록한다고 해서 바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거나 권리 관계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물의 범위에 ‘AI 활용 음악’ 등을 규정한 부분이 추가돼야 한다. 다만 음저협은 저작물 등록이 AI를 이용한 창작을 국내에서 제도적으로 처음 수용한 상징적인 조치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활용 음악의 범위, 저작권료 배분 등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AI가 만든 음악이 인간이 만든 음악을 대체할 우려가 큰 상황이다. 법·제도 미비를 이유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AI 활용 음악에 기여한 인간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시민이 11일 강원 강릉시 사천면 강릉 박씨 종중 재실에 있는 국내 최고령 무궁화를 촬영하고 있다. 이 무궁화는 국내 최고령이자 가장 굵은 무궁화로 201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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